정부가 주한미군 반환기지의 환경 오염 치유 협상이 결렬됐는데도 불구, "합의됐다"고 거짓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SOFA 규정상 환경 치유 협상에 반드시 참석해야 할 환경부 관계자가 당시 협상에 불참한데다 '합의'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증언,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무소속 우원식 의원은 26일 국회 환노위가 연 '반환 미군기지 청문회'에서 지난해 10월 외교부가 국방부와 환경부에 보낸 문서를 공개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는 "2006년 7월 14일 제9차 SPI 회의시 미측이 전달해 온 '반환 합의건의문' 초안에 대해 그간 SOFA 시설구역분과위에서 협의를 시도했지만, 미측은 건의문 초안을 일절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이에 따라 우리측 '합의 건의문(안)'을 작성해 미측에 전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같은 내용은 정부 발표와는 달리, 지난해 7월 열린 한미안보정책구상(SPI)에서 실제로 한미간 합의가 이뤄진 게 없음을 의미한다.
◈ '협상 무효' 넘어 원천적인 '협상 부재'
현행 SOFA와 부속서A에 따르면, 기지 반환을 위해선 한미 양측 시설구역분과위원회에서 작성한 '반환 합의건의문'에 환경분과위원회가 작성한 '검토 의견서'를 병합한 뒤, 이 문서에 합동위원회가 서명함으로써 종료된다.
따라서 최소한 지난해 10월까지 우리측 '합의 건의문'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9차 SPI에서 어떠한 협상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이에 앞서 김학주 前 소파환경분과위원회 한국측 위원장도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가 연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7월 열린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 공식 회의는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前 위원장은 이어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최종적으로 합의가 된 것을 알게 됐다"고 답변했다.
당시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이기도 했던 김 前 위원장은 현행 SOFA와 부속서A에 따라 기지 반환 절차의 마무리 작업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위치에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한국측 대표인 김 前 위원장이 불참했다는 것은 한미간 어떠한 협상도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협상 무효' 차원을 넘어, 원천적으로 '협상 부재'임이 드러난 것이다.
◈ 우원식 의원 "누가 결렬된 회의를 '합의'로 속였는지 밝혀야"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7월 14일 SPI가 끝나자마자 국방부-외교부-환경부 합동 발표를 통해 "오염 조사가 완료된 29개 기지중 15개 기지를 반환 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같은 합동 발표 내용은 사실상 오염 치유 비용을 우리측이 전면 부담하되, 치유 기준은 미국 주장을 따르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최소 4천억원을 넘는 비용을 국민 혈세로 떠안게 된 시작점이 된 것.
우원식 의원은 "정부가 '합의'도 되지 않은 회의 결과를 갖고 '합의'라고 거짓 발표했다"며 "당시 '한미 합의문'이 아닌, '정부 합동 발표문'이 나온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또 "누가, 왜 결렬된 회의를 '합의'인 걸로 속였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국민을 속인 책임자를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전날 청문회에서 "협상 시간을 끌어봐야 갈등만 야기할 뿐, 한미 동맹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해 환경부 장관과 협의해 결단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 동맹을 위한 결단'이 천문학적 비용 부담과 함께 정부의 무리한 '거짓 발표'까지 이끌어낸 셈이다.
2007-06-26 오후 1: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