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지주 편입되더니…외환은행 '김승유 거수기' 논란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된 외환은행이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에 257억원을 출연하기로 해 '업무상 배임'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고 설립자이자 현 재단 이사장이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기 때문.

외환은행은 16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하나고에 기본재산 250억원 출자 △올해 운영비 7억 5천만원 연내 출연 등을 골자로 한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사회 공헌'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하지만 하나지주에 편입되자마자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에 거액의 돈을 지원하겠다는 결정은 서민이나 중소기업을 도와야 할 '사회 공헌'의 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하나고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세금이나 주주 배당으로 돌아갔을 257억원"이라며 "소년소녀 가장이나 결손가정 자녀를 지원하는 게 사회 공헌 취지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지난 1989년부터 이미 사회 공헌 사업의 하나로 저소득층 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환은 장학금'을 운영해왔다.

나눔재단을 별도로 설립한 이후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지원한 장학금은 총 12억 2천 3백만원이다.

따라서 이날 이사회가 의결한 257억원은 그동안 외환은행이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해온 장학금으로 따지자면 대략 130년치 규모에 해당한다.

하나금융측의 전산망 통합 시도로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있는 외환은행 노조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다.

거액의 은행 법인 재산을 아무 관계도 없는 지주사 전(前) 회장의 교육 사업에 마치 '전관 예우'라도 하듯 출자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업무상 배임'은 다른 사람의 업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신의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득을 얻거나,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성립하는 범죄다.

노조는 즉각 성명서를 내어 "외환은행 이사회는 하나금융지주, 특히 김승유 전 회장을 위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입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 국민 재산인 은행을 사유화한다는 비판과 함께, 여전히 하나지주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이 아니라면 하나고 출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승유 전 회장은 외환은행 운영에서 즉각 손을 떼라"며 "외환은행 경영진과 이사회도 하나고 출연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금융소비자연맹측도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 경영을 보장했지만, 실제로는 약속을 위반한 채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이 지원하기로 한 하나고는 △일반 전형 120명 △하나지주 계열 임직원 자녀 40명 △희망 전형 40명 △국가보훈대상 6명 △특례입학 4명 등 매년 210명을 선발한다.

이 가운데 '희망 전형' 40명의 경우 '사회 공헌' 취지에 부합한다는 게 하나지주측과 외환은행의 설명이다.

하지만 하나은행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외환은행 재산을 지원하게 됐다는 점은 앞으로도 내부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하나지주 관계자는 "외환은행도 하나지주에 편입됐기 때문에 내년부터 같은 입학 기회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승유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이기도 하며, 미래저축은행 등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돼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김 전 회장이 재직하던 지난 2010년 하나고 설립 당시 375억원의 비용을 '사회 공헌' 명목으로 댔고, 매년 20억원가량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나고의 연간 학비는 1천만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6백만원가량이 기숙사 비용이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사회적 배려자를 대상으로 한 장학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며 "선의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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