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최근 시중 은행 이름으로 사무실 팩스에 날아든 안내장을 보고 전화를 걸어 대출 신청을 했다. "제1금융권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서 개인정보도 알려줬다.
하지만 수화기 저편의 사람은 곧바로 "연체가 있어서 제1금융권 대출이 안된다"며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뒤 3개월 지나면 제1금융권 대출로 대환해주겠다"고 했다.
한동안 연락이 끊기나 했더니 이번엔 한 캐피탈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2천만원 대출에 보증보험 비용으로 30만원을 내라고 해 송금했더니 "선이자 10%가 필요하다"고 거듭 입금을 요구했다.
A씨가 항의하자 대출 진행은 중지됐고 연락이 뚝 끊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팩스를 보내고 통화를 했던 수화기 저편의 사람은 대출모집인이었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대출모집인은 114곳 금융회사에 2만 743명. 이들이 올 상반기에 긁어모은 가계대출 실적만도 24조 1천억원에 이른다. 총 가계대출의 28.5% 수준이다.
이들이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대출금의 평균 1.29%. 신용대출의 경우 3.93%를 떼어주며, 4천여명의 대출모집인이 활동하고 있는 저축은행업계는 최대 7.49%를 수수료로 떼어준다.
이러다보니 금융회사 직원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광고는 기본, 다른 회사 대출모집인이나 대부중개업자와 손을 잡고 다단계 영업을 하는 대출모집인까지 속출하고 있다.
회사원 B씨 역시 대출모집인의 불법 행태에 피해를 본 경우다. '캐피탈 회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5%대 금리의 대출 상품이 있다"고 하길래 주민등록 등초본 등 각종 서류를 보냈다.
하지만 상대방은 "신용등급이 한 등급 부족하다"며 "다른 업체 대출을 한 달만 쓰면 대환해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는 3곳의 저축은행과 2곳의 대부업체에서 높은 금리에 1천700만원을 대출해줬다. 한 달뒤 연락이 끊겼음은 물론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로 대출모집인과 재위탁 관계인 중개업자 등이 저신용자에게서 대출을 미끼로 불법 수수료를 편취하는 피해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식 등록된 대출모집인이 맞는지 통합조회시스템(www.loanconsultant.or.kr)을 조회해보고, 무작위로 온 전화나 문자 권유는 주의해야 한다.
또 이자에는 이미 수수료가 반영돼있으므로 '신용등급 상향 수수료'나 '신용조회비용' 같은 별도의 수수료는 주지 말아야 하며, 피해를 입었을 때는 금감원 콜센터(1332)나 불법사금융제보(s119.fss.or.kr) 홈페이지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현행 연 2회인 대출모집인 점검 횟수를 분기 1회로 늘리는 한편, 대출모집 수수료 산정 지급 체계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출모집인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모범 규준'에 따라 해당 금융회사가 선(先)보상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