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高利할부"…현대카드의 '비밀'

 

 

현대카드가 고객도 모르는 사이 고율의 이자가 붙는 할부 서비스로 결제 방식을 임의 변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회사측은 "전산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1천만명에 육박하는 회원 가운데 또다른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 "신청도 안 한 세이브결제, 10개월뒤 우연히 발견"

충남 서산에 사는 직장인 한모씨(32)가 '정체불명의 할부'에 연루된 건 지난 8월말.

우편 대금명세서를 받지 않는 한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도 모르는 '세이브 결제'의 원금과 이자가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던 것.

'세이브 결제'란 결제대금을 5~36개월까지 할부로 갚되, 이후 카드 사용에 따라 쌓이는 포인트로 대금 일부를 결제하는 서비스다.

일반 가맹점에서 사용시 결제금액의 0.8%가 포인트로 적립되는 반면, 연 이자는 6.52%에 이른다. 36개월 할부인 경우 20% 가까운 이자를 물어야 하는 식이다.

한씨의 경우 지난해 6월 총사용액 35만 8천330원이 다음달 결제일인 7월 27일 기준 '세이브 결제'로 전환돼있었다.

이렇게 청구되고 있던 원금은 매월 9천491원, 적게는 202원부터 많게는 1천349원의 이자도 빠져나갔다. 물론 포인트도 함께 소진됐다.


◈ "녹취 없다"며 '문화상품권' 제시…나중엔 "30만원 줄게"

하지만 한씨는 "이 서비스를 신청한 적이 전혀 없다"며 황당해했다. 결제 가능한 금액을 무슨 목적으로 고리의 장기 할부로 돌려놓겠느냐는 것.

한씨는 즉각 현대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신청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고, 안내원은 "녹취가 있으니 확인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며칠뒤 전화해온 현대카드측 안내원은 "전산 오류인지, 녹취를 찾을 수 없다"며 "문화상품권을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씨는 어이없어하며 "본사 담당자를 연결해달라"고 했고, 잠시뒤 전화를 걸어온 '상급자'는 "5만원을 드리겠다"며 합의를 요청했다.

'본사'로부터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열흘이 흐른 지난 11일. 한씨는 "위로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인 30만원을 주겠다고 하길래 '그러면 1백만원 달라'고 얘기한 뒤 대화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 현대카드 "녹취 없는 건 전산 오류…시스템 점검할 것"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회사측 잘못임을 인정하면서도 '불의의 전산 오류'일 뿐, 큰 문제는 아니란 입장이다.

또 "한씨가 위로금 5만원을 제시하자 처음부터 1백만원을 요구했다"며, 사실상 '블랙컨슈머'(보상을 노려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취급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전산 오류로 해당 고객의 통화 내용이 삭제됐다"며 "확인해보니 다른 고객들의 녹취 데이터가 삭제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증빙할 녹취 자료가 사라진 건 회사 실수가 맞지만, '세이브 결제'를 신청한 건 한씨 본인이 맞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현대카드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업데이트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씨와 현대카드 가운데 한쪽은 거짓말쟁이로 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임의 변경'을 불러온 시스템 오류 가능성 역시 별도의 점검없이 미궁에 빠지게 됐다.

◈ 전문가 "불특정다수 피해자 가능성…카드사가 원인 밝혀야"

가장 큰 우려는 역시 다른 회원도 자신 모르는 사이 장기간 고이자 할부로 바뀌어 있을 개연성이다.

한씨는 "젊은 사람도 10개월이 지나서야 발견했는데 연세있는 분들은 과연 확인할 수 있겠냐"며 "이 상황이 부실한 시스템 때문인지, 고의에 의한 것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회사측의 명백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만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어떤 오류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회사가 원인을 밝혀내, 소비자에게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위로금'으로 합의하면서 이런 사례들이 덮이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것.

이와 함께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카드 결제시 명세서는 물론, 나중에 대금 명세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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