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큰 활을 잘 쏜다 하여 '동이'(東夷)로 불렸던 우리 민족. 이제는 '동검'(東劍), 아니 '한검'(韓劍)이란 별칭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이 그야말로 역사를 새로 쓰고 있기 때문.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4일(이하 한국시각) 유럽의 강호 루마니아를 꺾고 펜싱 단체전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에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구본길(23), 김정환(29), 오은석(29), 원우영(30) 등 4명의 검사가 그 주역이다.
펜싱 대표팀의 신기록 행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전날, 여자 플뢰레 대표팀은 펜싱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이룩했다.
정길옥(32), 전희숙(28), 오하나(27)와 함께 역사를 쓴 남현희(31)는 4년전 베이징 대회때 따낸 은메달에 이어, 펜싱 사상 첫 2연속 메달이라는 기록도 함께 썼다.
남현희에겐 아쉬울 개인전 메달에 대한 허기짐은 김지연(24)이 채워줬다.
김지연은 지난 2일 준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를 꺾는가 하면, 내쳐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남녀 통틀어 사브르 첫 메달이기도 했다.
여기에 '괴짜 검객' 최병철이 지난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김영호가 따낸 금메달 이후 12년만의 메달을 따냈고, 정진선도 남자 에페에서 12년만에 동메달을 따냈다.
펜싱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따낸 메달만도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다섯 개나 된다.
이쯤 되니 '멈춘 1초' 오심으로 흘린 신아람의 눈물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판정만 이뤄졌다면 최소 은메달이요, 나아가 여자 펜싱의 에페와 사브르 동반 석권이라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룰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아람은 5일 정효정, 최인정, 최은숙과 함께 루마니아와의 여자 에페 단체전 8강전을 시작으로 또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번에는 '기념 메달'도 '공동 은메달'도 아닌, 정정당당하게 따낸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하길 기원한다.
이미 정당한 메달 하나는 잃어버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