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박태환과 유도 조준호, 펜싱의 구본길과 신아람이 잇따라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불이익을 받으면서 '랜덤 올림픽'이란 냉소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2 런던 올림픽을 중계하는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의 행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장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곳은 단연 MBC다. MBC는 지난 28일(한국시각) 개막식부터 김성주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자로 나선 '위대한 탄생2' 준우승자인 배수정씨의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진행자 경험은 없지만 런던 출신이란 이유로 발탁된 배씨는 개막식 말미와 영국 선수단 입장시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발언,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배씨는 나중에 "영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런던올림픽이 개최돼 자랑스럽다는 의미인데 한국어가 서툴러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배씨에게 메인MC를 맡긴 MBC의 처사를 놓고 비판은 끊이질 않고 있다.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헤이 주드'(Hey Jude)를 부르는 도중 광고 때문에 MBC가 중계방송을 중단한 것도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MBC 파업 당시 노조를 탈퇴하며 '신의 계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양승은 아나운서는 영국인들이 장례식때 입는 상복을 입고 방송을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검은 상복을 입고 나오고 딤섬 찜통 모자를 쓰고 나오는 것은 아마 하나님의 계시가 있었기 때문이겠죠?"라고 힐난했다.
MBC의 어처구니 없는 중계방송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전후해 두드러졌다.
MBC 기상 캐스터 출신으로 다시 '친정'에 복귀한 박은지 아나운서는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수영복을 입고 진행하겠다"고 '공약'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박태환의 실격 처리 직후 곧바로 다가가 "왜 실격 당한 것 같냐"는 등의 다소 황당한(?) 질문을 쏟아낸 MBC 기자의 인터뷰도 논란이 됐다.
여기에 MBC 정부광 수영 해설위원은 "실격 판정을 내린 심판이 중국인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당시 실격 판정은 캐나다 국적의 심판이 내린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샀다.
MBC의 이러한 '막가파'식 방송은 김재철 사장이 파업에서 복귀한 조합원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런던까지 가 박태환에게 '황당 질문'을 던진 기자도 김 사장이 파업 대체 인력으로 뽑은 시용기자라는 것.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망쳐버린 MBC의 현주소를 확인하며 가슴을 칠 한심한 결과"라고 탄식했다.
이해할 수 없는 올림픽 방송 중계는 비단 MBC만이 아니다. 공영방송 KBS는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던 유도 조준호의 '판정 번복' 소식을 전하면서 대형(?) 오보를 냈다.
당시 문제의 경기에서 승리한 일본의 이베누마 마사시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엉터리' 번역 자막을 내보낸 것.
KBS는 30일 오전 6시 뉴스 리포트에 이베누마의 인터뷰 영상과 함께 "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 판정이 바뀐 건 옳지 않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베누마의 실제 육성과 자막 내용이 크게 다르다는 걸 파악한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이후 뉴스부터는 "확실히 한국 사람이 봤다면 그 판정이 좋지 않다고 느꼈을 겁니다"라고 슬그머니 자막을 갈아치웠다.
이에 대해 KBS측은 "급하게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편집팀의 실수"라며 "나중에 자막 오류를 발견해 바꾼 것이지, 네티즌의 반응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자 공식 중계권자인 KBS의 인터뷰와 자막을 보고 황급히 이베누마의 현지 발언 내용을 전한 국내 언론들도 '줄줄이' 오보 행렬에 동참했음은 물론이다.
KBS는 또 이같은 오보에 대해 시청자 사과는커녕, 문제가 된 최초 방송 내용을 인터넷 등에서 모조리 삭제해버려 뉴스를 본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초 거액을 주고 이번 올림픽을 독점중계하려 했던 상업방송 SBS도 '시청자 낚시'로 빈축을 사고 있다.
메달이 유력한 한국 선수의 경기는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걸 의식, 몇 시간전부터 화면 한쪽에 '잠시후'란 자막을 박아 시청자들을 붙들어매고 있는 것.
실제로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결승 때는 경기 3시간 전부터 '잠시후' 자막이 화면에 걸리기도 했다.
방송 3사의 이같은 행태 앞에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올림픽 정신과 전파의 공공성은 그야말로 찬밥이 되고 있다.
오직 시청률 올리기와 이를 통한 광고 확대에만 급급한 '시청률 올림픽', '돈림픽' 중계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