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KS'



엘리트의 보증 마크로 여겨져온 'KS'(경기고-서울대) 출신 정치인들이 유독 대권 문턱에만 서면 '좌절'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이회창 前 한나라당 총재를 필두로 지난 1월 불출마를 선언한 고건 前 국무총리, 지난 4월 '드롭'한 정운찬 前 서울대 총장, 그리고 가장 최근 가세한 김근태 前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모두 4명의 'KS 마크' 선수가 '국가대표'의 꿈을 접었기 때문.

특히 이들이 모두 경기고 출신인 점을 두고 여의도 주변에서는 "정치 명가 K1의 몰락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K1'은 경기고, 'K2'는 경복고를 지칭하는 말로 쓰여온 지 오래다.

◈ 3풍 휩쓸린 이회창, 중도하차한 고건 등 KS 출신 잇단 좌절

경기고 49회로 이들 가운데 최고참 선배인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15, 16대 대선에서 잇따라 '대세론'을 등에 업고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병풍(兵風)' '세풍(稅風)' '총풍(銃風)' 등 이른바 '3풍'에 휩쓸려 결국 '종착역'인 대권에는 이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세풍'의 3인방으로 꼽혔던 동생 회성씨와 서상목 전 의원,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도 모두 'K1' 출신이어서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대권 비운의 'K1' 출신이다. 52회로 이 전 총재의 3년 후배인 고 전 총리는 장관과 서울시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끝에 2004년 퇴임후 한때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한자릿수로 떨어지자, 지난 1월 결국 수많은 지지자들의 허탈감 속에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지난 4월 '드롭'한 정운찬 전 총장도 62회 경기고 출신이다. 참신한 학자 이미지에 충청 출신이라는 강점을 안고 범여권의 유력 주자로 끊임없이 거론됐지만,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1단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정계와는 거리를 두게 됐다.

지난 12일 대권의 꿈을 접고 '통합의 밀알'을 자처한 김근태 전 의장은 경기고 61회 출신이다. 민주화의 상징으로 집권 여당 의장까지 지냈지만, 꿈쩍도 않는 한자릿수 지지율 속에 결국 대권과는 멀어지게 됐다.

이밖에도 역시 같은 출신인 박찬종 전 의원도 지난 97년 신한국당 경선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등 'KS'와 '대권'의 악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 마지막 KS 대선주자 손학규, 김근태와 '선수-감독' 호흡 맞출지 '관심'

이제 정치권에 남은 'KS마크 대선주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뿐이다.

손 전 지사는 고건 전 총리의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이자, 김근태 전 의장과 경기고 61회 동기동창이다. 그래서인지 김근태 전 의장은 지난 12일 불출마 선언때 손 전 지사를 "오랜 벗"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의장과 손 전 지사는 14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범여권 대통합과 오픈 프라이머리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범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 전 지사, 그리고 이제는 대선 정국의 '기획자 역할'을 맡게 된 김 전 의장.

동기동창인 이들이 과연 '선수'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추게 될 지, 또 이를 통해 'KS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는 17대 대선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로 손꼽히고 있다.


2007-06-13 오후 6: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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