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 서울시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사이버 금융회사 'LKe뱅크'의 법인 계좌를 통해 지난 2001년 옵셔널 벤처스의 '주가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BBK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이 전 시장의 지난 7일 기자회견 내용과는 달리,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의 주가 조작 사건에 이 전 시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영선 "주가조작 사건에 이명박 연루"=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금까지 BBK 사건은 공금 횡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또 하나의 축은 주가 조작에 있다"며, 이에 대한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전면적 국정조사와 특검제 도입을 주장했다.
BBK는 지난 2000년 이 전 시장과 LKe뱅크를 함께 설립했던 김경준씨가 1999년 한국에서 세운 투자자문사로, 김씨는 나중에 옵셔널벤처스로 회사 이름을 바꿔 주가를 조작한 뒤 2001년말 회삿돈 390여억원을 빼내 미국으로 도피했다.
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검찰 수사 자료에 따르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 조작 당시 LK이뱅크와 BBK 등 38개의 법인 계좌가 대량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07회에 걸쳐 1천3백만여주의 가장 매매, 61만주의 고가매수, 3천545만여주의 허수매수 주문이 발생했으며, 2천원대였던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는 8천원대로 급상승했다.
이후 김경준 씨의 횡령 도피로 옵셔널벤처스의 상장이 폐지되면서, 5천2백여명의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이 전 시장은 LK이뱅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다.
◆송영길 "LKe뱅크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 박영선 의원은 "이 전 시장은 BBK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LK이뱅크의 회사 소재지는 BBK 사무실과 같은 S생명 빌딩 17층"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현재 이 전 시장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백준 씨가 BBK의 '리스크 매니저'로 근무했으며, 현 캠프에 근무하는 여직원 이모 씨가 옵셔널벤처스 출신이라는 점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송영길 의원 역시 이날 대정부 질문에 앞서 "LKe뱅크가 페이퍼컴퍼니 역할을 하고 실제로는 BBK에서 모든 일이 진행됐다"며, 주가조작 사건에 이용된 LKe뱅크 계좌 내역 사본을 공개했다.
송 의원은 특히 공증을 거쳐 압인까지 찍혀있는 BBK 정관을 공개하며 "정관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BBK 주식이 한 주도 없지만, 김경준 씨와 동일한 권한을 갖도록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이 사실상 김씨와 함께 BBK의 공동 대표 역할을 해왔다는 것.
박영선 의원 역시 "원래 정관에는 김씨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며 "만약 김씨가 정관을 몰래 개정한 것이라면 이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李와 에리카 김은 '동업자' 관계=박 의원은 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e뱅크증권중개의 출자 주주관계 확인서 필사본도 공개했다. e뱅크증권중개는 BBK와 마찬가지로 이 전 시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LKe뱅크의 자회사 개념이다.
주주관계 확인서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총자본금 백억원 가운데 35억원을 출자해 최대 주주로 올라있고 김경준 씨가 30억원, 또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9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시장의 친인척이자 '다스'의 최대 주주인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도 각각 9억원씩을 출자했다.
박영선 의원은 "그동안 이 전 시장과의 관계로 관심을 모아온 재미 변호사 에리카 김이 단순한 지인 차원을 넘어, 이 전 시장의 동업자였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허위 사실 기재 논란도 일어= 한편 이날 공개된 주주관계 확인서에는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은 씨가 '제1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명시돼있는 반면, 처남인 김재정 씨는 '특수관계인과 관련없음'으로 적혀있어 허위 사실 기재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또 동일 인물인 '김경준'과 '크리스토퍼 김'이 각각 30억원과 8억원을 따로 출자한 걸로 돼있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박영선 의원은 "당시 검찰 수사가 횡령에만 초점을 맞춰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 법원에서 사기죄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만큼,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측 "전형적 정치공작"=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측은 "정치공작의 전형이자, 대꾸할만한 가치도 없는 허위사실 유포"라고 일축했다.
이 전 시장측 선대위 장광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여권의 '이명박 죽이기 플랜'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면책특권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저격수 역할을 수행하는 박영선 의원의 배후가 궁금하다"고 역공세를 취했다.
2007-06-11 오전 11:4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