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왕따' 시키고 삼성물산 '뒤봐준' 환경부


'국내법상 환경 오염 치유 자격이 없는 미등록업체인 삼성물산이 미군기지 오염 치유를 맡아왔다'는 CBS의 지난해 9월 보도<관련기사 참조>와 관련, "처벌하겠다"고 최종 입장을 밝혔던 환경부가 돌연 태도를 바꿔 직속 장관도 모르게 해당 업체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을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의 법률 자문 결과를 무시한 채, 업체측의 사실과 다른 입장만 반영한 특정 자문 결과를 경찰에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무혐의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당혹감 속에 "다시 법률 자문을 의뢰해 처리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환경부의 공신력은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과 함께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환경부 '유도'로 무혐의 결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22일 "환경부가 사실과 전혀 다른 삼성물산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법률 자문을 의뢰, 무혐의 답변을 유도해 경찰에 제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면서 "일방적인 삼성물산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환경 단체인 녹색연합은 CBS 보도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9월29일 토양환경법 위반 혐의로 삼성물산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우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한 법무법인에 보낸 법률자문요청서를 통해 '삼성물산이 등록업체인 A사와 컨소시엄이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첨부함으로써 사실상 무혐의 판단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또 이를 근거로 "삼성물산은 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의견을 경찰에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검찰은 경찰에 보낸 수사지휘서를 통해 무혐의 처분인 '각하'로 결정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장관은 "처벌하겠다", 실무자들은 '등 돌려'= 문제는 환경부의 이같은 판단은 지난해 국회 상임위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과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20일 국회 환노위에 출석한 환경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3군데에 법률 자문을 요청한 결과, 관련 법규에 의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환경부 자문 변호사인 황모 변호사 등은 "법 위반이 맞아 처벌해야 한다"는 자문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치범 환경부 장관 역시 지난해 10월 30일 환노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련 법규에 따라 삼성물산을 처벌하겠다"고 말해, 업체의 법 위반을 공식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작 환경부 실무 라인에서는 입장이 180도 뒤바뀐 것이다.

◆사실과 다른 자문 결과만 제출= 특히 환경부는 위법 사실을 인정한 법률 자문 결과는 팽개친 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무혐의 판단을 유도해낸 자문 결과 하나만을 경찰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C법무법인에 제시한 자료에서 무혐의 판단의 근거로 "삼성물산과 A사가 컨소시엄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즉 삼성물산은 비록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업체'이긴 하지만, 등록업체인 A사와 컨소시엄을 맺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C법무법인은 이를 근거로 무혐의 처분에 무게를 둔 법률 자문서를 작성했고, 환경부는 이 자문 내용을 경찰에 제출했다.

◆업체 스스로도 "컨소시엄 아니다"=그러나 정작 삼성물산은 국회에 제출한 서면자료를 통해 "법적 개념으로 컨소시엄은 아니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측은 지난해 11월13일 제출한 자료에서 "상식적 의미에서 컨소시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하도급 또는 공동도급 등 특정한 계약 형태라고 단정하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다시 말해, '컨소시엄'의 국내법상 의미인 '공동도급'은 아님을 업체 스스로 직접 밝힌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그럼에도 환경부가 컨소시엄을 전제로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며 "이는 특정 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 확인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다시 법률자문할 것", 혈세만 이중 낭비= 이와 관련해 이치범 장관은 21일 국회 환노위에 출석해 "조치하는 기관인 한강환경청에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하라고 본부쪽에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사실 이후 진행 과정에 대해선 제가 체크를 못했다"며 "제가 판단할 때도 자체적으로 판단해 '컨소시엄'으로 인정한 건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실무를 담당했던 한강환경청 관계자 역시 '컨소시엄 인정' 여부와 관련해 "저희가 명확하게 확인했다기보단 그런 정도로 그냥 이해를 해서 답변한 것"이라며 "저희가 확실하게 근거를 갖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치범 장관은 '이미 법률 행위가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예단이 없는 상황 속에서 다시 법률 자문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숱한 의혹에 쌓인 환경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법률 자문을 거듭하게 됨으로써 국민 혈세만 이중으로 낭비하게 됐다.

우원식 의원은 "환경법 위반 여부를 감시·감독해야 할 환경부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문책을 촉구했다.


2007-02-22 오후 2: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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