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현재 접속자가 많아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공지 글이 떴다.
'중도개혁세력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대권 출마를 선언한 원 의원. 그런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세간의 관심이 갑자기 폭증한 것일까.
정답은 반대다. 이날 원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그가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방문해 세배한 것을 비난하려는 네티즌들이 몰려들었다.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소장파로 개혁을 주창해온 원 의원이 군사쿠데타와 독재의 주역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은 대단한 충격이자 실망"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원 의원의 '전두환 세배'를 놓고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원 의원을 겨냥해 "당신은 어제 조아리지 말아야 할 대상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면서 "젊은 정치인의 대선도전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이 추잡한 정치모리배의 굴신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이었다"고 정면 비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어 "뻔뻔하게도 29만원밖에 없다고 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세뱃돈 받을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을 터"라고 비꼬면서 "혹여 대선경선 과정에서 언론의 주목이라도 받아 한번 떠 보자는 요량으로 간 것이었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혹자는 내게 '전두환, 김대중을 찾아가는 것은 진보와 보수 양쪽의 지지자들을 다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바보짓'이라는 말을 했다"며 "바보짓은 맞는 말"이라고 간접 사과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분명한 사실은 용서와 치유의 기적, 동서화합과 통합의 기적이 없이는 대한민국의 기적도 없다는 것"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세배 행위'를 옹호했다.
이를 증명하듯, 원 의원은 이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간 자리에서도 큰절을 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도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전두환 세배'가 그간 원 의원이 쌓아온 중도개혁 이미지에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007-01-03 오후 7:5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