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 함께한 YS-JP, '노욕'도 같이 하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는 30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만남은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신라호텔에서 두 시간여 만찬 회동을 갖고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했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했다.

YS와 JP는 이날 회동에서 북핵 문제와 청와대 인사 등을 놓고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노 대통령이 지난 4일 DJ 자택을 찾아가 만난 것을 두고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잘못을 봉합하려는 야합"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盧대통령 원색 비난 "정신분열증 있는 것 아닌가…"

특히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 양반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YS) "글쎄 뭐, 분열증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JP) 같은 대화에서 보듯,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JP는 노 대통령과 DJ의 회동과 관련해 "(둘이서) 내년에 세상을 바꾸려고 하나 본데, 일말의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고, 이에 대해 YS는 "몸부림쳐도 소용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YS는 이어 "내년에 국민이 선택을 잘못하면 나라가 큰일난다"면서 "노 대통령이 저질러놓은 것을 새 정권이 확실히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P 역시 "요즘 잠이 안 온다"면서 "정말 걱정"이라고 했다.

서청원 전 대표는 "두 분의 말씀 80%는 정권의 잘못에 대한 질타였다"면서 "(노 대통령이) 앞으로 정신차려서 잘하지 않으면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YS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나라가 어지러워 걱정하는 얘기를 나눴다"며 "평생을 정치를 했는데 나라가 이렇게 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JP는 특히 "한마디 더 보태겠다"며 "보고만 있지 않고 행동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YS "보고만 있을 수 있나", JP "행동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서청원 전 대표는 이날 회동에 대해 "국가 원로로서 나라 걱정하는 얘기를 나눈 것"이라며 "두 분이 정치적 행위를 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 전 대표는 이어 "이분들이 무슨 정계 복귀를 하거나 대통령을 하겠느냐, 아니면 국회의원을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YS와 JP의 회동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2년여만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 국가 현안을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내년 설을 전후해 다시 회동을 갖기로 했다.

◆'정치적 행위' 아니라지만…오간 대화 전체가 '정치 일색'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 앞서 당초 지난 17일 만날 예정이었지만, '3김(三金)'으로 상징되는 구태정치의 부활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면서 회동을 취소한 바 있다.

그러던 중 YS가 최근 다시 처음 회동을 주선했던 서청원 전 대표에게 일정 조율을 당부했고, JP가 이를 수락하면서 이날 만남이 성사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 자체는 물론, 이날 대화 내용을 놓고도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할 전망이다.

두 '노(老) 정객'의 회동은 오간 얘기에서 보듯, '노(盧) 대통령'에 대해 강력히 '노(No)'를 외친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

이와 함께 한국 정치사에서 '영욕'(榮辱)을 함께한 두 사람이 '노욕'(老慾)도 같이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정치권 주변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영원한 '숙적'인 DJ의 적극적인 행보를 경계하는 속내와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에 기반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세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회동을 주선한 서청원 전 대표는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이날 오간 대화 내용이 과연 '정치'가 아니고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냉소적 평가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006-11-30 오후 10:33:0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