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보다 '골프'가 무서운 한나라당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북한 핵실험을 목전에 둔 지금은 사실상 준전시 상태"라며 소속 의원들의 '자중자애(自重自愛)'를 주문했다.

'준전시 상태'를 맞아 제1야당 대표가 의원들에게 신신당부한 '자중자애'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일까. 정답은 '골프'.

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다시 한번 발언권을 자청해 "이런 얘기를 하긴 뭣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비상시국"이라고 거듭 강조한 뒤 "요즘 날씨도 좋고 아깝긴 하지만 당분간 주말에도 골프는 치지 말고 유흥업소 출입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국가 위기 상황인만큼 현충일 같은 심정으로 임해달라는 것.

'강재섭 호' 출범 이후 한나라당에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건 이번이 사실상 세 번째다.

그러나 7월 전당대회 이후 내려진 골프 자제령은 이른바 '수해(水害) 골프'로 금기가 깨졌고, 이에 윤리의식을 강화하자며 8월말 참정치 운동 출범과 함께 발령된 '평일 골프 금지령' 역시 2주만에 '평일 군부대 골프'로 무용지물이 됐다.

강 대표도 이날 번번히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이라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일종의 '빠져나갈 구멍'인 셈이다.

당기강 쇄신과 윤리의식 강화를 내세워온 강재섭 대표로서는 잊을 만하면 '골프 파문'을 일으키는 당내 일부 인사들의 행태가 야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의 골프 파문으로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됐던 만큼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 스스로 '준전시 상태'로 선언한 중대 시기에 또 한번의 골프 파문이 터진다면, 그 위력은 '북핵'에 버금가는 메가톤급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강 대표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비상시국'임을 강조하면서도, '생뚱맞게' 골프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006-10-09 오전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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