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이 3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 공개됐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이날 인터넷 팟케스트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음원을 공개하며 서거 나흘전까지 남긴 마지막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음성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 자택에서 참모들과 함께 진행해 온 '진보주의 연구모임' 회의 녹음 부분이다.
"담배 하나 주게"
5월 19일 마지막 모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남기고 사흘 뒤 부엉이 바위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기획/제작 : 정영혁 박기묵 기자]
-다음은 육성 미리보기 전문-
2009년 4월 22일
내가 알고 모르고 이런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 다 내 불찰이야.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
여기서 새로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곳은 이곳을 떠나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와버렸어.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하는 정치마당에서 '이제 해방되는구나'하고 돌아왔는데, 새로운 일을 좀 해본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옛날 여기 살 때 내 최대 관심사가 먹고 사는 것이었어. 배고프고 먹고 사는 것이었어. 근데 그 뒤에 많은 성취의 목표들이 바뀌어 왔지만, 쭈욱 바뀌어 왔지만, 마지막에 돌아와서도, 또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지금 딱 부닥쳐 보니까 먹고 사는데 급급했던 한 사람, 그 수준으로 돌아와버린 것 같아.
어릴 땐 끊임없이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어져버렸어.
전략적으로라도 이 홈페이지에서 그냥 매달리는 것이 이미 전세가 기울어버린 전장에서 마지막 옥쇄하겠다는 그런 투쟁하고 같아서.
전략적으로 옳지 않은, 대세가 기울어진 싸움터에서는 빨리 빠져나가야 돼.
협곡의 조그만 성채로 들어가는 것이지. 다른 것은 도망가야 돼.
사람들은 여길 떠나서 다른 성채를 구축해야 돼.
2009년 5월 14일
정치라는 것이 싸움일 수밖에 없지만, 시민이 싸움에 휘말리면 정치의 하위세력이 될 수밖에 없어. 시민은 중심추거든.
시민이 할 수있는 것은 더 좋은 놈 선택하는 것이고, 덜 나쁜 놈 선택하는 것이고.
근데 그 선택의 기준은 사람에 대한 신뢰성이나 도덕성이나 다 있지만 무엇보다도 '쟤가 어떤 정책을 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해.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이고.
나머지는 거기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느냐 인데...
그래서 그런 것들이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판단 자료들을, 정책에 대한 판단 자료들, 정당에 관한 판단 자료, 사람에 관한 판단 자료, 이런 것이 뭔가 시민들 사이의 기준을 세워 놓아야.
그 기준을 세워 나가는 작업, 판단 능력을 키우는 것이 그렇게 이 마당을 앞으로
끌고 가야되게.
그렇게 보고 고심을 해야 되는데...
2009년 5월 19일 마지막 육성
제일 절박한 것이 밥그릇이 없어지는 것이거든. 그럴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이것저것 해볼 수...
사람이 자존심 때문에 말 하길 어려워하고, 그런 사정들도 좀 고려해서 혼자 버틸 수 있다면 좀 버티고.
문제는 전망을 가지고 가야 사람마다 전망을 가지고 자기 전망을 가지고 그러면서 여기 공동체로 얼마나 참여할 것이냐 이것이 나와야 되는데.
그 일이, 일 자체가 전망이 밝지 않으면 조직의 전망도 없고, 조직의 전망이 없으면
개인의 전망도 없는 것이거든. 개인 전망 조직의 전망 이런 것을 놓고 일의 전망 이것을 놓고...
...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
(중략)
이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들 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