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퀄리티 스타트'…이명박에 '쾌조의 3연승'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물밑 기(氣)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최근 벌어진 대결에서 내리 3연승을 따내 일단 '승기(勝氣)'를 선점했다.

두 사람 사이에 가장 최근 벌어진 '전투'는 바로 '해외 원정 대결'이다.

'여름 휴가'를 마친 박 전 대표가 지난 23일 이미 독일로 떠난 데 이어, 이 전 시장도 다음달 2일 '에너지 비전 탐사'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의 대결 장소가 해외로 옮겨지는 모양새를 갖췄던 게 사실.

하지만 이명박 전 시장은 27일 돌연 해외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이 전 시장측은 "현지 사정에 의해 일정이 연기됐다"며 "방문 일정은 방문국측과 추후에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갑자기 해외 방문 일정을 사실상 '취소'한 것은 박 전 대표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전 대표의 이번 해외 방문에 10곳이 넘는 국내 언론사 취재진들이 동행한 데 반해, 이 전 시장의 당초 해외 방문 일정은 추석 연휴중이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이 전 시장이 해외 일정을 연기한 것 자체가 박 전 대표와의 '기 싸움'에서 한발짝 밀린 형국이 됐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중론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두 사람은 지난 22일에도 뉴라이트전국연합 대구지부 결성식에 함께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TK목장의 결투'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박사모'와 '명박사랑' 등 팬클럽들도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여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결국 'TK목장의 결투' 역시 이명박 전 시장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 전 시장측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팬클럽간 충돌이 우려된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지만, 이때도 역시 "기 싸움에서 박 전 대표에게 밀렸다"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나왔다.

결국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을 내세운 강재섭 대표가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이번 '해외 원정 결투'까지 3연전 모두 박근혜 전 대표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내년 대선과 당내 후보경선을 앞둔 박 전 대표가 야구 용어로 따지면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2006-09-27 오후 2: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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