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은 있었지만 부정은 없었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단독으로 개최한 공청회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날 공청회에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당권파와 지지자들만 300여명이 참석해 '공청회'라는 취지가 무색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조사위 보고서에서 투·개표록 및 선거인명부 조작 당사자로 지목된 이인석 충주지역위원장이었다.
그는 "볼펜으로 서명한 걸 집에 가서 다시 사인펜으로 재확인하면서 서명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불법인지 부실인지, 저의 조그마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그게 과연 신문에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부정 사례인지 너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전남 장흥군위원회 당원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명란에 인터넷 투표를 한 사람은 '인터넷'이라고 쓰고, 두 줄로 그은 당원들은 전체 투표자 수를 정확하게 세는 과정에서 그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관리하는데 공무원들처럼 세련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을 저지르려고 했으면 이렇게 어리숙하게 하겠느냐. 매도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선거인명부상 이름과 서명 이름이 다른 사례로 거론된 최병섭 씨는 "평소 나를 '병신'이라고 부르는 지인이 사인하길래 내 것도 사인 좀 해달라고 했더니 '병신'이라고 썼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투표만 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일관된 주장은 '관리는 부실했으나 부정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조사위가 전화 한 통 없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다른 분이 대신 서명하는 일은 장난이든 아니든 있어선 안 된다. 누가 보더라도 투표에 부정 의심을 가질만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그것이 부정이 만연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발표를 한탄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부실이 있었다면, 규정대로 100% 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잘못했다. 교육 제대로 받으면 되고 앞으로 철저하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윤금순-오옥만 후보간의 이의처리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무시하고 정치적 해결을 도모한 것 ▲이영희-노항래 후보간의 이의처리과정에서 노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 ▲조사위에 전권을 위임해 편파·부실 조사를 방치한 점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지도부와 순위경선 비례대표의 총사퇴안을 의결한 전국운영위원회에 대해서는 "온라인 투표에 대한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전자회의는 100% 운영위원들이 들어와서 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도록 확인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에 나온 사례들을 일일이 반박하기도 했다. 1인 단독 개표는 개표 직후 관계자가 출장을 갔기 때문이고, 기표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국가선관위에서 기표용구를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물론 실수죠. 이렇게 해서는 안 되죠. 그렇다고 해서 이게 선거의 부정사례는 아닙니다...유권자의 서명을 받지 못한 건 선거관리인의 잘못이지만 부정은 아닙니다...물론 본인이 서명해야 하지만 부정의 사례는 아닙니다"라는 식의 궤변만 늘어놓았다.
경선 관리가 부실하기는 했지만 부정은 없었기 때문에 해당 경선 결과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중세의 마녀사냥식으로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 당 전체에 대한 무고, 내부로부터의 몰락, 야권연대와 진보집권 가능성의 소멸 등 이번 사태를 누가 만들었는지 책임을 캐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바로잡기를 바란다"며 1시간 20분에 걸친 사실상의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질의응답 코너가 마련됐지만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공청회를 지켜본 대표적인 당권파 김선동 의원의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