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 삼성물산 계약은 'SOFA 위반'


주한미군이 주둔지 다섯 곳의 환경오염 정화업체로 미등록업체인 삼성물산과 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환경 관련법규는 물론, 소파(SOFA) 협정까지 정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측은 또 '턴키 방식'에 따른 포괄적 계약의 하나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CBS 취재 결과 밝혀졌다.

◇'포괄적 계약 일환' 주장은 사실과 달라= 삼성물산은 지난 6월 주한미군과 반환기지 다섯 곳의 환경오염 치유사업, 정확히 얘기하면 바이오슬러핑 작업을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환경부 관련 법규상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등록업체는 43곳으로, 삼성물산은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한마디로 '무자격 업체'가 우리 국토의 치료를 맡겠다고 미군과 계약한 것.

CBS가 지난 6일 단독 보도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자, 삼성물산은 지난 2000년부터 환경치유 분야에 대해 미군과 포괄적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군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 관련 업무는 삼성물산과 리스트에 있는 업체들이 다 하라는 것"이라며, 6월 계약도 이같은 '포괄적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환기지 15곳 치유는 전문업체들이 맡아=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측 얘기대로라면 미군내 모든 환경 치유 사업은 이번 6월 건처럼 삼성물산이 먼저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미군과 6월 계약을 맺기 직전인 올해초 다른 기지의 환경 치유 작업을 했던 업체들은 삼성물산과는 전혀 무관하게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이 '지하유류저장탱크제거' '사격장 불발탄 처리' 등 8개 항목에 대한 치유를 끝내고 지난 7월 우리 정부에 작업 완료를 통보한 15개 기지는 삼성물산과 무관한 전문 등록업체들이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을 통해 작업을 맡았다.

당시 작업을 벌인 A업체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국방부나 미군측하고 직접 계약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미군내 사업들은) 아주 예민한 부분이어서 바로 발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미등록업체인 삼성물산이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데서 발주했을 것" 추가해명도 거짓말로 드러나= 삼성물산측은 취재진이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그럴 리가 없다"며 "만약 그렇다면 포괄적 계약에 정면 배치된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자체 확인 결과 사실로 밝혀지자 "주한미군도 계약 주체가 여러 곳이어서 아마 다른 곳에서 사업을 발주했을 것"이라고 발뺌하면서도, 계약 주체를 공개하라는 요청에는 '보안'을 이유로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하청을 받은 B업체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삼성물산이 FED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FED는 미 육군 공병대 극동공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삼성물산과 무관하게 사업을 맡았던 A업체 역시 "계약 주체는 모두 FED였다"고 말했다.

즉 삼성물산측 주장과 달리 계약 주체가 모두 같은 곳인 것으로 나타나, 결국 지난 6월 계약이 '턴키 방식의 포괄적 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는 물론 미군도 소파협정 위반= 미등록업체인 삼성물산이 계약만 하고 나중에 다시 등록업체에게 하도급을 줬다 해도, 이는 통상적인 관행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그게 건설공사면 불가능하다"며 위법 행위라고 잘라말했다.

문제는 발주처가 주한미군이라는 점. 삼성물산은 이에 착안한 듯, 소파 협정에 따라 미군과 함께 자신들 역시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환경법 자체가 미군 공사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소파 협정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조달에 대해선 우리 관계 당국과 조정하게 돼있다(16조 2항).

특히 합의의사록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의 환경 관련 법령과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하도록 되어있다(3조 2항).

가장 최근인 2003년 5월 양국이 합의한 부속서A를 봐도 미군은 주둔지의 환경상태에 대한 기초 정보를 우리 정부에 제공하도록 돼있다.

◇정부당국 "협의한 바 없어"=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미군측으로부터 어떠한 문의나 협의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있으나 미군측으로부터 공식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물산은 물론, 발주처인 미군 역시 국내법뿐 아니라 소파협정까지 위반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는 한편, 위법으로 결론이 날 경우 즉각 국내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군이 왜 미등록업체인 삼성물산에게 무리하게 사업을 발주했는지, 또 삼성물산은 무자격이면서 왜 무리하게 계약을 땄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2006-09-17 오전 6: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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