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강한 집념이 또다시 드러났다.
모름지기 정당이라면 집권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게 정상일텐데, 희한하게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골프에 대한 집념이 훨씬 강한 듯 보인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은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학송 공성진 송영선 등 3명.
이들은 정기국회가 개회중인데다 평일인 12일 군부대 안 골프장에서 '단란하게' 골프를 쳤다.
연일 국가 안보 불안을 부르짖고 있는 한나라당의 최전방에 서있는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국감을 앞둔 피감기관에 찾아가 골프를 친 것이다.
경기도 발안의 해병대 사령부 안에 있는 9홀짜리 골프장을 두 바퀴째 돌던 의원들은 취재진이 들이닥치자 부랴부랴 라운드를 중단했다.
그러면서 "그린피도 의원들이 각자 계산했고, 피감기관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불과 2주전인 지난달 30일 한나라당은 연찬회를 갖고 '참정치 운동'을 벌이겠다고 대대적으로 공언했다.
연찬회에서 발표된 의원 윤리강령에는 그 실천 사례로 '평일 골프 금지'를 명시하기도 했다.
강재섭 대표는 연찬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좀더 많이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참정치"라고 했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2주만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골라서 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수해 복구가 한창이던 때에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까지 찾아가 원정 골프를 벌인 게 두 달도 채 안됐다.
그때도 당 지도부가 외유나 골프를 자제해달라고 지시한 지 딱 하루만에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또 한나라당이 뭐라고 변명할 지 궁금하다.
강재섭 대표는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비판도 크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기대가 커서 비판이 큰 건지, 아니면 워낙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많이 일으킨 당이기 때문에 비판도 더욱 큰 것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도 강재섭 대표는 크게 격노하면서 즉각 윤리위 회부를 지시했다. 당의 홍보기획위원장이기도 한 김학송 의원의 국방위 간사직도 바로 해임했다.
한나라당은 또 윤리위에서 무언가 조치를 취한 뒤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한나라당에는 '마속'이 몇 명인지, 국민들은 의아할 따름이다.
2006-09-13 오전 11:28:19 | 기자의 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