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후진적 관행과 문화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 정치를 실현하겠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캠페인 '참정치 운동'을 시작하며 내건 출사표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3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합동연찬회를 열어 '참정치 운동' 실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해이해진 당 기강과 윤리의식을 다잡고 국민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감으로써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집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강재섭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좀더 많이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참정치"라고 간결하게 요약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비판도 큰 것인만큼, 따가운 질책도 깊이 새겨듣고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무엇이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결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임에 분명하다.
특히 한나라당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되돌아보면 과연 이런 다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게 사실이다.
태풍과 폭우로 나라가 신음하던 때에 도당 간부들이 삽 대신 골프채를 들고 수해 피해가 가장 큰 지역까지 가서 골프를 즐기는가 하면, 선거가 끝나자마자 호남을 비하하는 발언이 튀어나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한나라당에 압승의 기쁨을 안겨줬지만, 돌아온 보답은 전당대회에서 '이분삼열(二分三裂)'로 찢어지고 갈등하는 실망스런 구태 정치였을 뿐이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어언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 구심점조차 없이 갈팡질팡하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따가운 눈총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 지도부가 참정치 운동이라는 구체적인 구심점을 들고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것이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간에 정확한 지향을 갖고 내부 화합을 도모하는 일은 한국 정치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찬회(硏鑽會)가 또다시 말의 진수성찬으로만 그치는 '언찬회(言饌會)'가 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나라당은 올해초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도 강원도 원주 가나안농군학교까지 찾아가 해이한 기강을 다잡는다는 뜻에서 사실상 연찬회 성격의 수련회를 연 적이 있다.
그로부터 딱 5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당시 다짐했던 정신무장의 각오들은 온데간데 없고 짧은 기간임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터졌다.
국민들은 이번 연찬회 이후에도 어김없이 한나라당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정말 말 그대로 참정치를 하려 애쓰는지 아니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는지, 국민들이 표로써 심판할 시간은 그리 멀지 않았음을 한나라당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06-08-30 오후 10:31:25 | 기자의 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