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의 '교훈'


"새롭게 시작하려는 나에게 당이 철저한 배신의 칼을 꽂았다."

30일 한나라당사를 찾은 강삼재 전 의원은 공천 탈락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울분섞인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는 "그토록 끝까지 지키고 싶었고 또 지켜왔던 한나라당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다"며 자신에게 배신의 칼을 꽂았다는 그곳에서 탈당하겠다고도 전격 선언했다.

강 전 의원의 공천 탈락은 본인 자신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겠지만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 게 사실이다.

지난 1985년 전국 최연소로 12대 국회에 입성한 뒤 무려 20년간 여의도를 들락거린 5선의 화려한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현 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한나라당에서도 부총재까지 했던 당직 경력 때문만도 아니다.

강삼재 전 의원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른바 '안풍' 사건이다.

그는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던 지난 1996년 안기부 예산을 총선자금으로 불법 전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4년에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받고 2003년 정계를 은퇴했다.

지금까지도 한나라당 최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불법자금 차떼기의 장본인'으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오히려 책임을 홀로 짊어지고 당에 대한 의리를 보여준 그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도 많았다.

지난해 가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이후 강 전 의원 자신도 이제야 어깨를 짓눌러온 멍에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듯,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마산에 출마하겠다며 정계 복귀를 꿈꿨다.

그와 동고동락했던 당내 한 유력한 인사도 그가 한나라당의 소중한 자산이며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고 심지어 참혹했다.

공천 최종 심사에서 그가 얻은 표는 11표 가운데 단 한 표.

한나라당은 결국 과거의 의리보다는 대선을 코앞에 둔 현실을 선택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은 "그의 정계 복귀는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를 의미한다"며 반발했고 여론도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는 스스로의 얘기처럼 강 의원도 이제 과거의 인연에 연연해하지 않고 정말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가 탄식 반 분노 반으로 던진 "정치는 살아숨쉬는 생물"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와닿는 요즘이다.


2006-06-30 오후 11:45:52 | 기자의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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