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View]'유령'이 된 시간강사



지난 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정문 앞. 류승완 박사(44)가 '학문탄압을 중단하라'는 구호가 새긴 조끼를 입고 205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2010년 강의를 시작한 이래 중국 연수를 마치고 새로 강의를 준비하던 그가, 지난해 2학기 강의배정을 받지 못하면서부터 이어온 시위다.

"앞서 심산관(성균관대 내 건물 이름)을 호암관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 등에 대해 논문을 썼고 이것이 학교의 비위를 거스른 것 같아요."

삼성이 성대 재단에 참여한 이후 '심산관'이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관'으로 바뀐 것을 비판한데 대해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말이다. 학교 측은 강의평가가 최하위 수준이었다는 이유를 댔지만, 정부 지원으로 박사후 연구 과정을 밟고 저술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터라 강의 배제는 의아스럽기만 했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의 근무 기록조차 인정받을 수 없었다는 점.
시간 강사로 있으면서 성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지만 학교 측은 그에게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다른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 측에 여러 차례 경력 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으나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대답만 되돌아왔다. 한 마디로 '유령' 연구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취재가 진행되자 학교 측은 8일 성균관대학교가 아닌 인문과학연구소장 명의의 경력 증명서는 발급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러운 마음에 1인 시위를 이어온 류 박사는 지난달 졸업식 행사장에서는 학교 측으로부터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인 시위가 졸업식에 방해된다며 학교 측 사람들이 그를 떠밀어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다는 것.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시간 강사 7만여 명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 시간 강사들의 처우 개선 없이는 교육의 질 향상이 불가능하다고 믿기에 그는 외롭고 힘들지만 이 싸움을 쉽사리 접을 수 없다.

"지식인으로서 글 배운 이유가 실천하기 위함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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