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002년 정계 은퇴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두 번의 대선에서 절반 가까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했던 이 전 총재이기에, 그 행보에 대한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 또한 적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13일 극동포럼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우리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겪은 패배의 좌절감과 '차떼기 당수'라는 오명이 따라붙은 지난 4년여의 시간.
이날 이 전 총재가 밝힌 그간의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는 내년 대선에서 친북좌파에 다시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정당에는 리더십의 권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는 "2007년 대선은 친북좌파 주축세력과 비좌파세력의 대결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또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해 본인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는 것을 사실상 공개 고백했다.
그러나 설사 현 정권이 좌파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반드시 '친북'이라는 꼬릿표를 달아 각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두 번의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지지하지 않았던 '또다른 절'반은 여전히 투철한 반공관보다는 남북 공존과 평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전 총재는 또 "권위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이며 "정당엔 리더십의 권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다른 정당은 물론, 이 전 총재가 몸 담았던 한나라당마저도 지금 박근혜 대표 중심의 집단 지도 체제로 당내 민주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한국 정치와 정당의 최대 악으로 자리잡아온 이른바 '보스 정치'를 없애기 위해서다.
국민들은 이제 보스의 한마디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정당 대신,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들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민주적 정당과 정치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사실 멀리 있지 않다.
13일 특강에서 이 전 총재가 했던 발언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전까지는 대결구도로 가겠지만 대선 이후에는 화합과 포용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화합과 포용은 비단 선거를 기점으로 갈려야 할 가치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덕목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보스 정치'와 '매커시즘'의 시대는 갔다.
'대쪽'이란 별명의 이 전 총재는 이날 "당신이 원하신다면 부러져도 좋다"는 싯구를 소개했다.
존경받는 국가 원로로서 국민이 진정 원하는 가치를 위해, 이 전 총재의 표현대로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04-13 오후 4:09:44 | '기자의 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