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등 좀 밀어주세요." "네. 손님!"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의 한 대중 사우나. 큰 키에 검은 피부, 그리고 다소 어색한 한국말로 목욕탕에서 손님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습기찬 공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그는 바로 올해 14년차 경력의 목욕관리사 송형석(47) 씨다.
'칸 모티오'라는 이름의 방글라데시 태생인 송형석 씨는 현지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교를 그만두고 1998년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건너왔다.
공장에서 일하던 송 씨는 퇴근길에 회사 동료와 우연히 찾은 목욕탕에서 처음 보는 직업인 목욕관리사를 발견, 지대한 관심 끝에 곧바로 전문 목욕관리사가 되었다.
지난 2004년에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해 인천 송도 송씨의 시조까지 됐다. 그의 이름은 작명소를 운영중인 한 단골손님이 지어준 것이다. 어엿한 '대한민국 가장'이 된 그는 방글라데시 태생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두고 있다.
송 씨는 "처음에는 손님들이 많이 놀라워했다"며 "그렇잖아도 목욕관리사가 바뀌면 경계하는 손님들인데, 외국인이 오니 거부감은 더욱 심했다"고 쉽지 않던 처음을 떠올렸다.
막상 해보니 배우기도 벅차, 처음 3년가량은 다른 목욕탕에 찾아가 세신을 받아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경험과 기술을 익혀갔다는 것.
그는 "하루 두세 명밖에 손님을 받지 못했던 적도 있다"며 "하지만 직접 세신을 받아본 손님들이 '시원하다' '열심히 한다'고 말해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어느덧 단골도 많아진 그는 하루 평균 20명의 손님을 받고 있다. 송 씨는 "처음에 친구들도 사우나에서 일한다고 웃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송 씨는 다만 "체력 때문에 늙어서까지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때가 되면 방글라데시를 오가며 예전부터 꿈꾸던 무역상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