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전국 일선 경찰서에 설치된 주취자 안정실이 대부분 잠겨있거나 창고로 쓰이는 등 유명무실하게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새벽 서울 시내의 한 경찰서.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특히 많은 시간대지만 산소발생기까지 설치된 이곳 경찰서의 주취자 안정실은 자물쇠가 걸린 채 굳게 잠겨 있었다.
다른 경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31곳 경찰서 가운데 주취자 안정실이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대부분 먼지가 쌓인 채 문이 굳게 잠겨있고 심지어는 창고로 쓰는 곳도 있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들도 주취자 안정실이 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주치자 안정실은 아마 일년에 한 번도 안 쓸 것"이라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경찰은 "잡아넣을 근거가 없어 애매모호하다"고도 했다.
경찰서에 주취자 안정실이 처음 생긴 건 지난 2000년.
술에 취한 사람을 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파출소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시비를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전국 154곳의 경찰서에 설치됐다.
그러나 애초 계획과 달리 인권 침해 시비가 고스란히 경찰서로 넘어오면서 일선 경찰들이 사용하길 꺼리는 바람에 주취자 안정실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설치 근거가 정식 법규가 아닌 경찰 훈령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불법적인 신체 구금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경찰은 이와 관련해 "주취자 안정실은 시민들을 보호해주려고 만든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리적으로 뒷받침이 안돼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결국 지난 2003년에 전혀 운영이 안되는 주취자 안정실 67곳을 폐쇄했지만, 여전히 전국 87곳의 경찰서에선 6년째 시행 착오를 겪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권 일부에선 올해 12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 2010년까지 500억원을 들여 주취자 안정실을 다시 확대하겠다는 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상정했다.
올 상반기중 전국 경찰서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주취자 안정실을 모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훈령이 아닌 정식 법규로 시행되면 주취자 안정실을 둘러싼 인권 침해 시비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하에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권 단체에선 "경찰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24시간씩이나 가둔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자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06-01-31 오후 6:3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