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전직원에 편지쓰는 '감성 CEO'



가족보단 직장 동료들과, 사람보다는 컴퓨터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時代. 사무실에서 확인하는 「받은편지함」속은 대개 업무와 관계된 딱딱한 글귀투성이의 편지, 아니면 짜증을 한껏 북돋는 스팸(spam)메일로 가득 차있기 일쑤다.

그러나 매주 월요일, 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 직원들의 이메일 창고엔 그야말로 「뭔가 특별한 게 있는」 편지 한 통이 어김없이 도착한다. 이 회사 대표이사인 金仁(김인∙55) 사장이 全직원에게 매주 꼬박꼬박 직접 써 보내는, 이른바 「月曜편지」다.

金사장은 이 회사의 CEO(최고경영관리자)는 물론, 삼성 그룹 전체의 CIO(최고정보관리자) 역할까지 맡고 있는 인물이다. 눈코 뜰 새 없을 것만 같은 「글로벌(global) 기업인」이 무슨 생각으로 시간을 쪼개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또 그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안녕하십니까,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 아닌데, 편지들을 보고 筆力에 놀랐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부담없이 쓴 글인데 좋게 봐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역삼동 삼성SDS 본사에서 만난 金사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건넸다. 그리 크지 않은 손아귀였지만 강한 힘이 배어나는 악수였다.

하루가 저무는 늦가을 오후임에도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머리칼과 옷매무새에선 1949년생 CEO의 「엄격한 自己관리」가 절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와 마주 앉은 회의실 옆 칸엔 「사장실」이 아니라 「열린경영실」이란 문패가 붙어 있었다. 건너편 VIP룸에 붙어있는 「相生室(상생실)」이란 낯선 命名은 이채로움을 더했다.


◆올 연말로 100번째 연속 발송 기록

金사장이 「월요 편지」를 처음 직원들에게 발송한 건 작년 1월 27일. 삼성SDS 사장으로 취임한 지 딱 2주만의 일이었다. 이후 金사장은 2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주 편지를 써왔다. 올해의 마지막 월요일인 오는 12월 27일이면 100회 연속 발송 기록도 세우게 된다.

金사장은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란 제목의 첫 편지에서 〈…여러분과의 물리적인 만남이 쉽지 않은 현실이기에, 이렇게 메일을 통해 1주일에 한번씩 「CEO의 월요편지」라는 형식을 빌어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그가 언급한 「물리적인 만남이 쉽지 않은 현실」이란 바로 삼성SDS의 「商品 性格」에서 비롯된다. 삼성SDS는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TFT-LCD를 만드는 삼성SDI 등 다른 그룹내 계열사와 달리,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기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SI(시스템 통합)」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에서 파는 「상품」은 대부분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한 無形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SI란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이 조직을 운영하거나 고객을 관리할 때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대신 개발, 이를 구축해주는 사업 분야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동사무소나 병원에서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입력만으로 각종 정보를 조회하고 관련 서류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깔아주는 것이 바로 SI업체들의 몫이다. 한마디로 가상공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이버 建設 회사」인 셈이다.

삼성SDS를 비롯한 국내 SI업체들은 최근 해당 기업이나 기관의 IT업무까지 대행하는 「IT아웃소싱」 업체로 발돋움했다. 또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객社가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의 컨설팅-기획-구축-실제운용-관리까지 모두 도맡는 「IT서비스」 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은 자연스레 그들의「건설 現場」인 다른 기업이나 기관으로 흩어져 근무할 수밖에 없다. 삼성SDS 역시 전체 71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역삼동 본사에 근무하는 인원은 1100명에 불과할 정도다.

金사장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390여곳에 흩어진 직원들 하나로 엮고 싶어 시작」

―직원들에게 매주 이메일로 편지를 쓰시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처음 이 회사에 부임해서 조직 현황을 보고받은 뒤 충격을 받았습니다. 근무자는 7000명이 넘는데, 작업장은 무려 390여 곳으로 흩어져 있는 조직이란 그리 흔치 않죠.


회사 특성상 적게는 3명도 안되는 직원들이 한 팀으로 다른 기업에 파견돼 그곳에서 근무합니다. 소속은 삼성SDS이고 월급도 이곳에서 주지만, 밥은 그곳 회사에서 먹고 출퇴근도 그쪽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이죠.


당연히 동질성 문제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 회사는 설비나 시설보다는 사람으로 일하는 기업인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됐죠. 결국 사람의 마음을 관리하는 기본은 「정보의 공유」라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발달된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보자, 이러한 생각에서 「월요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월요일로 정한 특별한 까닭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글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또 사원들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사장이 보내준 편지를 읽으면 상쾌한 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천주교 신자인데, 매주 열리는 월요일 미사에 빠진 적이 없습니다. 새로운 한 주를 보람있게 보내리라 다짐하면서 차분하게 기획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매주 준비하시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듯한데요.


『있는 사실을 진솔하게 쓰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일기 또는 마음의 편지를 쓰듯이 부담없이 시작했으니까요.


다만 편지의 소재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에 대해선 자주 고민하죠. 워낙 직원들의 관심사가 다양한 데다가, 직급들도 다양해 공통 관심을 뽑아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매주 금요일마다 어떤 내용으로 편지를 쓸까 생각합니다.


知人들과 나눈 이야기, 책에서 읽은 내용, 직원들이 보내준 메일 등이 모두 제 편지의 소재가 됩니다. 사장이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리 회사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대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癌투병 직원에 희망 준 「빨랑카」 정신

실제로 「월요편지」가 다루는 소재는 최신 경영 이론인 「6시그마」부터 틱낫한 스님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 직장 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는 「목 운동법」에 이르기까지 국경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든다.

그러나 역시 직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편지들은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직장 동료들의 숨은 이야기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金사장이 지난해 4월 7일자 「월요편지」에 소개한 癌 투병 직원의 이야기다.

〈…오늘은 우리 임직원 중에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한 사우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인트라넷추진팀에 근무하는 A책임은 지난 3월초 청천벽력 같은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A책임은 올해 34세로 미혼이며,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으로 누구보다도 건강했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2년 전 어머니를 여의었고 고향에는 동생이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항상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결혼을 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 회사일 등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책임」이란 삼성SDS에서 「과장」 대신 쓰고 있는 직책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대리」는 「선임」, 「부장」은 「수석」, 「차장」은 「수석보」라 부른다.

金사장은 당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A책임을 만나 聖書에 나오는 모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했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人들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가나안 땅을 향해 가던 중, 추격해오는 이집트 군대를 뒤로 한 채 홍해를 맞부닥치게 된다.

金사장은 『「희망과 믿음은 기적을 이룬다」는 일념의 간절한 기도는 넓은 홍해를 가르게 했고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며 모세처럼 용기를 잃지 말고 꼭 완쾌할 것을 이 직원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또 『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인트라넷추진팀의 동료들』이었다며 『33명의 동료들이 조를 짜서 오전∙오후로 나눠 A책임을 간호하고 있었습니다. 간호해 줄 가족이 가까이 없는 그의 입장을 헤아려 동료들이 발벗고 나선 것입니다』라고 소개했다.

金사장은 이어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이 사랑은 A책임을 향한 값진 빨랑카가 될 것』이라며 『내 주위나 또는 사회를 위해 한 가지씩 봉사를 하는 빨랑카의 참뜻을 실천하는 형태로 표출해봅시다』고 제안했다.

스페인語인 「빨랑카(Palanca)」는 자기희생과 헌신을 통한 모든 사랑의 표현을 일컫는 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뜻을 같이해 힘을 보탠다는 의미』라고 金사장은 설명했다.


◆쌍방향으로 열려 있는「월요편지」

한 기업의 최고 首長이 매주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레짐작「교장선생님 訓話 말씀」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뙤약볕 내리쬐는 모래 운동장에 서서 지루함 속에 듣고만 있는 「單放向(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연상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월요편지」는 이메일이란 형식에 담긴 만큼, 지극히 「쌍방향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고 있다. 金사장이 「빨랑카 운동」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낸 뒤 그 편지의 주인공인 A책임의 답례 편지는 물론, 다른 직원들의 答信들도 줄을 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金仁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벌써 드렸어야 하는데 많이 늦었습니다. 사실 5주간 치료받고 난 뒤, 그 결과 나오는 것 보고 같이 말씀 드리려고 했었는데 이번 입원치료가 한 달을 넘게 가는 바람에 늦게 인사 드리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장님께서 많이 배려 해주시고,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병은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 암 수치가 40000(정상인10)이었던 것이, 이번에 입원할 때 검사한 결과로는 1300정도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직 수치가 매우 높지만, 말기에서 상당 호전되어 치료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金사장의 「월요편지」를 읽은 A책임이 위와 같은 답신을 보내온 것은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6월이었다. A책임은「자신이 앓고 있는 병은 끝이 없는 골짜기가 아니라, 거쳐 지나가는 끝이 있는 터널이라 믿는다」며 「터널을 빠져 나와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일 뿐」이라는 말로 快癒(쾌유)에 대한 신념을 표현했다.

이 직원은 또 「병을 앓기 전에는 대학원 때부터 힘들게 고학을 해 오고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던 관계로 혼자인줄 알았다」며 「사실 집안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배경도 전무했기 때문에 오직 스스로에게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A책임은 곧바로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자신하면서 「혼자라는 생각이 틀렸고,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 계기로 깨닫게 됐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돈을 벌기보다는 사람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소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기뻤다」는 것이다. 金사장이 준 선물이다.


◆직원 1명이 회사 전체만큼 중요하다

CEO와 직원 사이에 오간 이같은 편지 내용이 社內에 알려지면서 金사장의 「받은편지함」엔 다른 직원들의 감사 메일도 수북히 쌓였다.

한 직원은 『우리 동료들의 어려움까지 돌볼 수 있는 따뜻한 회사, 따뜻한 사장님과 함께 근무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A책임에게 보낸 사장님의 따스함을 우리 모두가 받은 것 같습니다』며 金사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感動을 선물한 「월요편지」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티벳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직원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한 작년 9월 29일자 이메일 역시 전체 직원들의 가슴을 따끈하게 지폈다.

〈…오늘 알려 드릴 내용은 약 6주 전에 있었던 B책임의 사고 소식입니다. 이제는 당사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있어 여러분께 알려도 될 것 같습니다. 그는 금년 3월부터 중국 지역전문가로 파견되어 지역 연수중이었으며, 지난 8월 13일 수요일 티벳 지역연구를 위해 현지 단체여행 코스를 이용해 티벳에 갔습니다…〉

「세계의 지붕」이라고도 불리는 티벳은 해발 평균 4000m가 넘는 세계 최고의 고원 지대.기압이 낮고 산소가 부족해 高山病의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초행자들에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지역이다.

B책임은 작년 8월 중순 티벳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두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단체 여행단에 합류하지 못하고 침대 신세를 지게 됐다. 그러나 휴식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악화돼 의식을 잃은 B책임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2시간여 고압 산소 치료를 받았으나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했다.

만약 의료 시설이 빈약한 이 병원에서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말도 안 통하는 상태로 계속 머물렀다면, B책임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SDS 본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건 그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이었다. 중국법인 현지 직원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삼성SDS 본사엔 즉시 상황실이 설치되고, 비상연락망이 가동됐다.

거의 동시에 중국법인 주재 직원이 현지에 파견됐고, 이 직원은 중국내 인맥을 동원해 B책임을 우선 시설이 좋은 軍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어 고산병 치료를 잘하기로 유명한 중국 남서부 쓰촨성(四川省)의 「성도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홍콩의 국제 구급단체 전용비행기를 급히 임대했다.

B책임의 후송엔 어느새 가족들은 물론, 본사에서 파견한 삼성의료원 의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장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내 6시간만에 최고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옮겨진 B책임은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다. 결국 B책임은 작년 9월 중순 서울에 돌아와 삼성의료원에 입원, 치료를 통해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됐다.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가장으로서 불행한 일을 당한다면 회사도 회사지만 가족에게 그 얼마나 큰 아픔이겠습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 살리고 싶었고,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본사 인사팀, 중국법인, 지역전문가가 입체적인 연락과 헌신적인 노력을 하여 살릴 수 있었습니다…〉

金사장의 얘기처럼 만약 그때 회사와 직원들의 기민한 대처가 없었다면, B책임은 두 딸을 고향 땅에 둔 채 티벳의 산소 희박한 하늘을 떠안고 사라져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B책임은 이후 金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오후에 중국현지병원치료를 마치고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사장님의 많은 배려와 염려 덕분으로 이렇게 빨리 호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펜을 들어 봅니다. 난생 처음으로 큰 사고를 당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처럼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직장동료들과 모든 분들이 따뜻하고 격려어린 관심에 혼자가 아니라는 자신감과 든든함을 느꼈습니다.
30여일 간의 중국 병원에서 일들이 모두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장님을 비롯한 회사의 큰 배려와 지원이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듣고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B책임은 金사장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또 다시 한번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중국 톈진(天津)에 근무하는 삼성SDS의 한 직원은 「월요편지」를 통해 이 같은 사연을 접하고는 「사장님께서 직원 한 명 한 명에 이렇게도 큰 관심과 지원을 해주시는 걸 보고 가슴 찡해오는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金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리 일요일이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일임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기까지 하다」고도 했다.


◆「직원들 마음 움직일 수 있구나 느낄 때 보람」

金사장은 자신의 편지가 「직원들의 마음을 이렇게 크게 움직일 수 있구나」 하는 사실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월요편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PC부터 켜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회사이고, 그나마 수백 곳으로 잘게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뜻밖의 호응에 저 자신도 무척 놀랐습니다. 직원들의 답신 메일에서 「이게 바로 삼성에서 근무하는 맛이란 걸 느꼈다」 같은 문구를 발견할 때 큰 용기가 생깁니다. 해외 출장 중에도 「월요편지」만은 꼭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金사장이 2년간 쓴 이메일은 아직 100통이 채 안 되지만, 각각의 편지에 대한 직원들의 답신 메일까지 모두 모으면 그 분량은 엄청나다.

『우리 비서가 인쇄해서 제본해준 것입니다』라며 金사장은 한 권의 책을 보여줬다. 「 CEO의 월요편지」란 제목이 표지에 쓰인 이 책의 두께는 웬만한 백과사전만큼 두꺼웠다. 언뜻 보기에 직원들의 답신 분량이 金사장이 쓴 편지의 10배 이상은 족히 되어보이는 듯 싶었다.


◆「조직 신뢰도와 愛社心 크게 달라져」

金사장은 「월요편지」 이후 가장 크게 바뀐 점으로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와 愛社心」을 꼽았다.

『많은 기업들이 매년 연말쯤에 ESI(종업원 만족도 지수)를 조사합니다. 우리 회사도 작년 연말 ESI를 조사했는데, 바로 이 「愛社心」 항목이 전년도에 비해 가장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복리후생에 대한 만족도」 항목이 전년 대비 2~3% 늘어났다면, 「愛社心」 항목은 50% 수준에서 70%이상으로 급격한 향상치를 보였습니다.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金사장은 「월요편지」의 또 다른 긍정적 효과로 「보다 원활해진 부서간 정보 공유」를 꼽았다. 전국 방방곡곡, 전 세계에 분산된 직원들이 놓치기 쉬운 사내 정보를 빠짐없이 알 수 있게 됐다는 것. 특히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월요편지」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월요편지」를 통해 각 부서간 이해력 및 친화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해지면 말도 트이는 거죠. 다른 부서에서 지적하고 진단해주면 우리 부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가끔 「열린경영실」에서 직원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갖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이를 동대문시장에서 산 예쁜 도시락통에 담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화 주제는 주로 부서간 벽을 허무는 내용들에 관한 것입니다. 영업부서의 관리자가 기술부서의 팀원에게 요구하고 싶은 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거나, 인사부서 팀원이 개발부서의 팀장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한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왜 「사장실」 대신 「열린경영실」이란 문패가 붙어있는지 그제서야 알 듯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휴먼웨어 회사」

이 같은 경영 혁신 노력 덕분인지, 삼성SDS는 동종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8%가량을 기록하며 不動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 삼성SDS는 3/4분기 누계 매출 1조3259억원, 경상이익은 76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수치는 매출 경우 지난해 동기 1조1900억원에 비해 11% 정도 증가한 것이며, 경상이익 또한 지난해 同期 624억원에 비해 약 23% 늘어난 것이다.

삼성SDS는 또 지난 10월 중순 영국 지식경영 컨설팅 업체인 텔레오스(Teleos)가 선정하는 「아시안 MAKE(Most Admired Knowledge Enterprises)」를 수상하기도 했다. 3년 연속「아시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식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金仁 사장의 지식경영에 대한 강한 리더십에 기반해 학습조직 활동, 지식공유문화 정착, 지식기반 제품∙서비스 개발능력, 지식공유 환경의 효율적 조성 부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텔레오스가 선정 배경을 밝힐 정도로, 삼성SDS의 지식 경영에 미치는 金사장의 공헌은 至大하다.

金사장은 작년초 취임 당시 「젊은 SDS를 만든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그는 기업 경영의 3P, 즉 「Product(제품과 사업영역)」「Process(작업 절차와 방법)」「People(인재와 조직문화」가운데 맨 後者를 특히 강조하는 CEO이다.

『제가 처음 취임했을 때 창립 18주년이었습니다. 18살이면 어린 회사도 아니고 늙은 회사도 아니니,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SDS」는 그러한 발상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삼성SDS는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신규 고객과 접촉할 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인적 자본(Humanware)」과 「추진 실적(Reference)」 뿐입니다. 우리 회사는 그룹내 계열사 가운데 대졸인력의 비율이 92%로 가장 높습니다. 또 박사 인력만 120명이 넘죠』

그는 경영 혁신을 위해서라면 직원들과 계급장을 떼고 얘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질수록 회사 역량이 높아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회사 걱정 말고 여러분들의 역량을 높이는 일에 주력하라」고 거리낌 없이 얘기하곤 하죠』

金사장에게 있어「월요편지」는 어쩌면 人材와 智識 경영에 대한 자신의 애착을 분출하는 통로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유비쿼터스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할 것」

삼성SDS는 내년 4월 15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金사장은 이때 회사의 향후 中長期 비전을 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올해초부터 특별 전략팀을 가동해 成案은 끝난 상태입니다. 다만 기획부서에서 안을 내고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겁니다. 사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가진 뒤, 비전案을 확정해 발표할 생각입니다. 현재 단계에선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힘듭니다』

그러나 金사장은 「유비쿼터스 및 기업도시와 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살짝 귀띔해 주었다. 비전안엔 또 현재 7100여명인 사내 인력을 단시간내에 2만명 선까지 늘림으로써 人的자본을 극대화하는 한편, 현재 14% 수준인 여성 인력 비율을 2006년까지 25%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金사장은 『앞으로 삼성SDS가 나아갈 길은 유비쿼터스』라고 단언하며, 이 분야에 대한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語 단어로, 사용자가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미래 정보통신 환경을 뜻한다.

『유비쿼터스를 아주 간단히 표현하면 「어디에든 컴퓨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PC만 컴퓨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생활 주위에는 컴퓨터가 내장된 제품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DVD, TV, 자동차, 에어컨, 카메라 심지어는 전기 밥솥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품은 컴퓨터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즉, 넓은 의미에선 이미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우리 생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金사장은 인터넷으로 인해 「네티즌 세상」이 열렸다면, 앞으로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유티즌의 시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에 의하면 2005년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IT서비스 전체 시장 규모가 700조원임을 감안하면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규모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임을 알 수 있죠. 이에 대응해 회사의 핵심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입니다』

金사장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왠지 「인간미 물씬 풍겨나는 첨단 문명」의 면모를 띠고 있을 것만 같다는, 엉뚱한 想像을 해보았다. 220볼트의 전압만이 冷血처럼 흐르는 모니터에 37.5℃의 체온을 불어넣은 그의 「월요편지」처럼 말이다.

2004년 10월호 | 月刊朝鮮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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