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추락이냐, 정상경로 반등이냐…기로에 선 새해 경제

경자년(庚子年) 새해 한국 경제는 목표치로 내세운 '2.4%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난해 우리 경제를 주춤하게 만든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수출 부진은 새해에도 경기 반등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6~2.7%를 목표로 제시했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 턱걸이도 만만치 않은 상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일단 확답을 미뤄뒀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이처럼 주춤하게 된 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 하락까지 겹친 탓이 크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지난해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4%p 하락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민간 소비의 고용의 반등에도 심리적 불안감에 무게가 실리면서 좀처럼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새해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일단 기대하고 있다. 경기가 이른바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실제로 최근 나온 통계치를 보면 산업생산과 소비, 설비투자는 3개월만에 동반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한 달새 생산은 0.4%, 소비는 3.0%, 설비투자는 1.1% 각각 증가했다.

3대 주요지표가 모두 상승한 건 지난해 8월 이후 3개월 만으로, 앞으로의 경기를 가늠케 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2017년 6월 이후 29개월만에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실물 지표의 흐름은 경기 반등 기대를 뒷받침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그동안 크게 부진했던 수출도 12월에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여나갈 것"이라며 반색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2.4%가 시중의 전망보다 높은 게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우리 경제가 가진 성장 경로와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성장률이 반등해서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소망이자 역점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여러 변수들이 긍정적인 쪽으로 작용할 경우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인 2.5~2.6% 성장까지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단 새해에도 최대 변수는 미중 무역 협상과 반도체 업황이 손꼽힌다.

일단 미중 협상이 1단계 타결로 한발짝 전진한 점, 또 부진했던 중국 성장률의 상승 전망은 일단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의 호재로 여겨진다. IMF(국제통화기금)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2~0.3%p 오를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수출을 좌우하는 반도체 부문, 특히 D램 가격의 하락세가 진정세로 돌아선 것도 희망적인 신호다. IT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2분기부터 D램 수요가 공급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 역시 지난해 12.8%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는 5.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 갈등이 2단계 협상 문턱에서 다시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하반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이 어려운 행보 역시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지목된다.

특히 기대만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민간 소비와 투자에서 보듯, '경제 심리'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히고 있다. 홍 부총리가 "어렵다고 하면 정말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기실현위기'를 거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가 무색하게,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도 한국 경제가 '2% 안팎'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 및 산업연구원은 2.3%를, IMF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2%를 제시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과 한국투자증권은 1.8%, 한국경제연구원은 1.9%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2% 안팎에 머문 한국 경제가 올해 1%대로 추락할지, 아니면 정부 바람대로 정상적 성장경로인 2.5%대 이상으로 도약할지 바야흐로 갈림길에 들어선 셈이다.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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