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당초 관측보다 높은 2.4%로 높여잡았다. 경기 반등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목표로 △혁신 강화 △체질 개선 △포용 확충 △미래 대응의 '4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성장률을 2.0%,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보고했다.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 회복, 여기에 확장적 거시정책과 투자, 내수 활성화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정부 전망치는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내놓은 내년 2.3%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날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1%, IMF(국제통화기금)DML 2.2%, KDI(한국개발연구원)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3%를 상회한다.
다만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 2.5~2.6%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재부 김용범 제1차관은 "올해 우리 경제를 돌아보면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해였다"면서도 "2020년 여건을 보면 기회와 리스크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부터 대외여건과 정책적 노력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2.4%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취지로 (목표치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민간·공공·민자 투자 100조원 달성, 확장재정 유지, 소비와 수출 제공 등 '4가지 실린더'를 통해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복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출은 미중무역 갈등과 반도체 업황 둔화 등으로 올해 10.6% 감소세가 예상되지만, 내년엔 교역이 회복되고 반도체 수출 단가도 회복돼 3.0%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감안, 수출 반전을 지렛대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내년 경상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역시 올해의 1.2%보다 크게 상승한 3.4%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디플레이터 상승률 역시 유가 하락 등을 감안해 올해보다 확대된 1.0%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수요가 완만히 개선되고 농산물과 석유류의 공급하방압력이 줄면서 1% 상승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의 경우 올해 1.9%보다 오른 2.1%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고용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복지분야 예산 확대에 따른 이전소득 증가 등으로 실질구매력이 오를 거란 관측에서다.
실제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 161조원에서 내년엔 180조 5천억원으로 12% 넘게 확대됐다. 여기에 기초연금이 올해보다 1조 7천억원,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도 각각 6천억원씩 늘어났다. 다만 올해 기업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임금 상승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수출과 투자 회복, 또 정부의 일자리예산 확대 등에 힘입어 일자리 수요는 완만하게 개선될 전망이다.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25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수요 개선에도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올해 5만 6천명 수준이던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은 내년엔 23만 1천명에 이를 전망이다. 노동공급 위축 자체가 취업자 증가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15~64세 고용률은 올해보다 0.3%p 오른 67.1%, 실업률은 0.1%p 하락한 3.7%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특히 최근 몇년간 부진을 이어온 투자 확대에 정책 방점을 찍었다. 공공기관 투자를 60조원으로 늘리는 동시에 민간 25조원, 민자 15조원 등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굴해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방기선 차관보는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금융세제 패키지 지원도 지속하겠다"며 "중소·중견기업의 유통기업들이 전용으로 임대할 수 있는 임대단지 조성 등을 통해 역대 최고의 유턴(U-turn)실적을 창출한다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건설투자는 건물수주와 주택착공 등 선행지표 부진, 지방의 미분양물량 증가 등으로 내년에도 2.4%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R&D(연구개발)를 비롯한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정부·민간 모두 확대돼 4.0%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차관은 "이번 경방을 준비하면서 현장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며 "부총리를 포함해 실무자까지 54회에 걸친 소통 행보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정책으로 구체화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2019-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