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강남과 마용성 등에 초점을 맞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핀셋지정'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강남구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동, 서초구 반포‧방배‧서초‧잠원동, 송파구 가락‧잠실‧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동, 강동구 길‧둔촌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동, 성동구 성수동1가 등 27개 동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확정했다.
또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 고양시와 남양주시, 부산 동래구‧수영구‧해운대구 전 지역은 기존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동안 공공택지에만 적용돼온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되긴 4년 7개월 만이다.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한 수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상한제는 당초 1977년 박정희 정권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엔 시세 등과 상관 없이 1평((3.3㎡)당 가격 상한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노태우 정권이 1989년 가격 상한 대신 원가연동제 방식으로 분양가 규제에 나섰고, 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말엔 다시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자율화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던 2005년 참여정부는 공공택지내 전용 84㎡ 이하 아파트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적용했고 2007년 9월엔 민간택지까지 확대했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각종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킨 배경에 대해 "최근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고,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시장 영향력이 큰 서울을 중심으로 지정 요건 충족 지역을 구(區) 단위로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장관은 "시장 불안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추가 지정이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 대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동산시장 안정 자체가 매우 중요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건설투자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운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핵심적인 민생경제 분야"라며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이상과열, 투기 예방과 함께 주택공급 등 시장영향 최소화 등을 고려했다"며 "동(洞)단위 '핀셋' 지정은 그러한 조율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일각의 공급 위축 우려에 대해 정부는 "2007년 시행과 달리 과열지역에 한해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사업성이 확보되는 수준에서 과도한 이익을 적정화하는 것"이라며 "위축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25개구 467개동 가운데 5.8%인 8개구의 27개동만 지정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근 5년만에 강남 등 과열지역을 중심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되면서, 상승 일변도였던 서울 집값의 안정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경우 향후 4년간 서울 주택매매 가격은 11.0%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년 하락률이 2.7%p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시킨 뒤로 서울 집값은 16% 넘게 상승했다는 게 분석 결과다. 상한제 해제(탄력적용) 이전 4년간 부동산 매매가는 경기 -1.8%, 서울은 –4.8% 각각 하락했다. 반면 해제 이후 경기는 7.7%, 서울은 16.1% 상승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수요가 서울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서울의 분양가가 집값보다 4배 이상 오르며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고 집값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제도개선을 추진한 끝에 지정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서울의 정비사업은 대부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계 또는 조합설립인가 이전 단계로 공급위축 우려가 낮다"고 내다봤다. 이미 관리처분 인가가 난 서울 54개 단지, 약 6만 5천 세대는 6개월내 분양하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오히려 공급이 빠르게 이뤄질 거란 게 당국 판단이다.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