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살림 커지는 건 당연한데…또 '확대재정' 공방

'국회의 시간'으로 넘어간 내년 예산안을 두고 또다시 확장 재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를 비롯한 여권 입장이지만, 일부 야당이 '재정 중독'이라며 공세를 강화하면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예산을 '경제활력 예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1일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 예산안엔 핵심 소재 부품을 위한 예산, 혁신 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제 활력을 높일 예산 등이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퍼주기 예산'이라며 원안 저지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은 설탕물만 잔뜩 탄 망국 예산"이라며 "60조원을 빚 내면서 병든 경제에 진통제를 놓겠다고 하는데 단 1원도 허투루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IMG:3}지난달말부터 본격 심사에 들어간 내년 예산안은 총지출 513조 5천억원, 총수입은 482조원 규모다. 총지출은 올해보다 9.3%, 총수입은 1.2% 증가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야당 등은 '초(超)슈퍼 예산'이라며 무리한 재정 확대란 논지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세수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적자 국채 발행으로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거란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정 여력이 충분한 만큼,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부문의 '마중물' 투입이 긴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원 축소해 재정 여력을 비축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적자 국채 발행에 대해서도 "한도를 26조원 늘리는 것 역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며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0%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란 것이다.

실제로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 9.3%는 올해의 9.5%보다도 낮은 수준이어서 '초슈퍼예산'이란 명칭조차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많다. 경제규모가 매년 커지는 만큼 예산안도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매년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채무의 경우 올해 740조 8천억원으로 GDP 대비 37.1%였지만, 내년엔 805조 5천억원으로 39.8%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5년단위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엔 1061조 3천억원으로 46.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역시 GDP 대비 3.6%, 2021~2023년엔 3.9%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극히 양호한 수준'이란 게 당국 설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이너스 3%대 관리재정수지와 40% 가까운 국가채무비율은 적지 않은 증가폭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진국 국가채무와 비교하면 결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 양호한 수준"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확장 재정을 펴야 다시 성장경로로 복귀해 장기적으로는 재정과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될 거란 게 정부 판단이다. 홍 부총리는 "지금 재정 지출 확대는 미래 더 큰 비용을 막는 적극적 투자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지출 규모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데는 학계도 뜻을 같이 한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우리 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주요 국가들보다 1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증세 여력도 크다"고 설명한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예산은 지난 3년간 긴축재정으로 비축한 여력을 뒤늦게 찾아쓰는 예산"이라며 "적자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재정건전성에 크게 무리가 가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일 경제부처, 5~6일엔 비경제부처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어 11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한 뒤, 오는 29일 예결위 전체 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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