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투자, 소비까지 모두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8일 펴낸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매판매와 설비 및 건설 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경기 부진'이란 진단을 내놓은 건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경기 둔화'란 표현을 써오다가 지난 4월부터 '경기 부진'으로 우려 수위를 한층 높인 상태다.
KDI는 특히 "8월 수출금액이 반도체와 석유류를 중심으로 감소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며 수출 여건도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8월 수출금액은 -13.6%의 증가율을 기록, 7월의 -11.0%보다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자동차는 4.6% 증가했지만, 반도체는 -30.7%, 석유화학은 -19.2%, 석유제품은 -14.1% 하락했다.
6월 세계교역량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행지수도 99.1로 하락하는 등 대외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KDI측 설명이다. 다만 7월 수출물량지수는 -0.7%로 6월의 -7.3%보다는 감소폭이 축소됐다.
KDI는 또 "전산업생산이 증가했지만 재고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경기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는 등 생산측면에서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7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6월의 -0.8%에서 0.5% 증가세로 전환됐다. 다만 조업일수 증가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조업 출하 역시 내수출하와 수출출하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의 -2.8%에서 1.0% 증가세로 바뀌었다. 하지만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의 115.6%에 이어 115.2%를 유지하며 생산 증가세를 제약했다.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KDI는 사상 첫 감소세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선 "수요 위축에 공급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0%까지 하락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이 0%대 후반에 형성돼있다"며 "일시적 요인이 소멸되는 올해말 이후 반등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로 전월의 0.6%보다 낮은 0.0% 상승률에 그쳤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전월의 0.9%와 비슷한 0.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KDI 관계자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주요국의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위험요인도 다수 상존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201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