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 그대로 평가했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2년 9월 이후 근 7년째 'AA-'에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피치가 매기는 신용등급 가운데 4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는 대만과 같고 중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중국은 우리보다 한 단계 낮은 'A*', 일본은 두 단계 낮은 'A' 등급이다.
가장 높은 'AAA' 등급은 미국과 독일 등 11개국, 그 다음인 'AA+'는 홍콩과 핀란드 및 오스트리아 등 3개국, 'AA'는 영국과 프랑스 등 5개국이다.
피치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저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과제 하에서도 양호한 대외·재정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부진 심화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한국의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지난 6월의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 둔화에 미중 무역갈등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한국 기업의 대일본 소재수입 능력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본 수출심사 절차의 복잡성, 한국 기업의 대체 공급업체 확보 능력, 무역갈등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다만 "한국의 근본적인 성장세는 건전하며 유사 등급 국가 수준에 부합한다"며 "확장적 재정·통화정책과 반도체 경기 안정이 경기 둔화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 소폭 인상 결정도 단기적으로 기업 심리와 노동시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지난해 1.7%에서 올해는 0.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일반정부 부채는 올해 37.1%로 AA등급에 부합하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지난 몇년간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23년까지 40%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빠른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압력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무역 갈등 고조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GDP 대비 94.5%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는 경제의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고, 중기 소비 전망을 약화시킨다"며 "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됐으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취약성 발현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에 대해선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외교절차는 복잡하며 지속적 긴장 완화에 이르지 못한 바, 지정학적 위험이 국가 신용 등급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진전이 정체된 데다,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명확한 일정도 부재한 가운데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협상 진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피치는 "비핵화 협상 답보에도 남북간 문화 교류에는 진전이 있었지만, UN 제재하에서 깊은 경제통합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피치의 이같은 분석들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국 경제 현황과 주요 현안 관련해 신용평가사와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며 "대외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또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지난달 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이후 유지해온 'Aa2'으로 평가했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 그대로 유지했다.
S&P(스탠더드앤푸어스) 역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6년 8월 이후 'AA'에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9-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