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살리려 꺼낸 '기업 감세'…재정 우려 없나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뿐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당분간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대신 고소득층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내놓은 '2019 세법개정안'의 방점은 기업 감세를 통한 투자 활성화에 찍혔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고용과 내수에까지 미치는 악순환을 감안,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경기 회복을 꾀하겠단 것이다.

기재부 김병규 세제실장은 "유보돼있는 기업 투자를 앞당기기 위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늘려주기로 한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를 기준으로 향후 5년간 줄어드는 세 부담은 대기업 2062억원, 중소기업 2802억원에 이른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도 1700억원 가까이 줄어, 전체 세수 감소분은 4700억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당국은 거듭 "한시적 경감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봉이 높은 고소득층, 여러 채 집을 가진 다주택자들에겐 한층 높은 세 부담을 물릴 방침이다. 근로소득 공제는 내년부터 2천만원까지만 이뤄지고, 기업 임원 퇴직금의 공제 한도 역시 축소된다.

이에 따라 총급여가 3억 6250만원이 넘는 2만 1천명가량은 공제 폭이 줄어 세 부담은 늘게 된다. 연봉 5억원인 사람은 연간 110만원, 10억원은 535만원, 30억원은 2215만원을 더 내게 된다.

또 회사를 그만두는 임원은 '퇴직 전 3년간 연평균 급여의 10%×2012년 이후 근속연수'에 지급배수인 '3'을 곱해 퇴직소득으로 간주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지급배수가 '2'로 줄어들어 공제액이 크게 줄게 된다.

당국은 근로소득공제 정비로 내년에만 640억원, 임원 퇴직소득 과세강화는 360억원의 세수 증가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총급여 67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향후 5년간 3773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김 실장은 "앞으로 세입 기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임대소득 세액감면 혜택을 최대 75%에서 50%로 낮췄다. 또 9억원 이상 상가주택은 과세특례 적용 기준을 바꿔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임대사업자가 전용면적 85㎡, 6억원 이하 소형주택을 빌려주고 거두는 소득에 대해선 4년 이상 임대시 30%, 8년 이상 75%의 소득세·법인세 세액감면 혜택을 줘왔다. 하지만 2021년부터 4년 이상 임대시 20%, 8년 이상 임대시 50%로 낮아진다.

9억원 이상 상가주택 거래시 양도소득 과세특례도 줄어들어, 2022년부터는 주택과 상가 면적을 분리해 양도소득 금액을 계산한다. 

가령 주택 면적이 85.7㎡, 상가 면적이 77.1㎡인 주택을 10년 넘게 보유했다가 38억원에 매각해 30억 7300만원의 차익을 낸다면 양도소득세는 현재의 1억 6100만원에서 4억 300만원으로 높아진다.

하나의 주택을 여러 명이 나눠 가진 공유주택의 경우도 임대소득 과세 때 보유주택으로 쉽게 인정되도록 기준이 강화된다. 최대 지분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주택에서 나오는 임대소득이 연 600만원 이상이거나 공시가격 9억원 넘는 주택 지분을 30% 넘게 갖고 있는 경우 보유주택 수로 계산된다.

기재부는 '직전년도 기준'인 순액법으로 보면 향후 5년간 세수가 37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과 내후년 세수는 각각 1405억원과 4441억원 줄어들지만 2022년엔 4407억원 증가할 거란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위한 해법과 복지국가 건설이란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고민이 적극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적극적 증세 노력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재정건전성을 핑계로 향후 계속해서 소극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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