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기업·서민에 '감세'…고소득층엔 '증세'

수출과 투자의 동반 부진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사실상 '감세'(減稅)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업과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고소득층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오후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경제활력 회복 및 혁신성장 지원 △경제·사회의 포용성·공정성 강화 △조세제도 합리화 및 세입기반 확충 등 3가지 목표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방점은 '투자'에 찍혔다. 이달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대로 일명 '세제 3종 세트'가 내년 일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율 한시상향 △투자세액 공제 적용대상 확대 및 일몰연장 △가속상각 6개월 한시 확대 등이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확대로 발생하는 세수 감소분은 53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확대는 500억원, 사적연금 세제지원 확대는 440억원의 세수 감소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향후 5년간 세수는 순액법 기준 37억원 증가에 불과하고, 누적법 기준으로는 468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방소비세율 조정으로 인한 연간 5조 1천억원에 이르는 국세의 지방세 이전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순액법은 '전년도'에 비해, 누적법은 '기준년도'에 비해 세수 증감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세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려면 순액법이,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변화 규모를 파악하려면 누적법으로 보는 게 효과적이다.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는 순액법 기준이지만, 누적법으로 추산한 세수효과도 병기된다.

순액법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세수는 1405억원, 2021년은 4441억원 잇따라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2022년엔 4407억원 늘었다가 2023년 다시 11억원 감소한 뒤 2024년 1487억원 증가하는 등 5년간 37억원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법인세는 2020년 32억원, 2021년엔 6604억원 각각 감소했다가 2022년엔 4989억원 증가로 바뀌게 된다. 생산성향상시설 공제율 한시 상향분이 반영된 예상수치다. 5년간 법인세 감소분은 149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노후차 교체시 개별소비세 6개월 한시 감면분인 560억원가량이 반영되면서 기타세수는 2020년 988억원 감소했다가 2021년 1503억원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누적법 기준으로 보면 감세 기조가 한층 두드러진다. 향후 5년간 세수 감소분은 4680억원에 이르고, 특히 법인세 감소분은 54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 김병규 세제실장은 "경제 상황이 워낙 엄중해 한시적으로 세부담 경감을 추진하면서 누적법으로 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이명박정부의 일명 '부자 감세' 이후 10년만에 사실상 감세 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일자리 문제로 EITC(근로장려금)와 CTC(자녀장려금)가 대폭 확대되면서, 향후 5년간 세수 감소는 순액법 기준 2조 5343억원, 누적법 기준 12조 60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세법개정안엔 근로소득공제 정비 640억원, 임원 퇴직소득 과세강화 360억원 등의 증가요인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부담은 순액법 기준으로 각각 775억원과 606억원 증가하는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각각 422억원과 641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누적법 기준으로 보면 고소득층 세부담은 3773억원으로 늘어나는 대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2062억원과 2802억원, 서민·중산층은 1682억원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따르면 서민·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의 150% 이하'로, 연간 급여 6700만원 이하일 경우 해당된다.

김 실장은 "경기 활성화와 투자 촉진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투자세액공제를 하는 차원이지 전반적 감세 기조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세입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예고와 8월말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3일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개정대상 법률은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부가가치세법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교육세법 △주세법 △증권거래세법 △농어촌특별세법 △관세법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관세사법 등 16개다.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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