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대 2.5%로 낮췄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현실화되면 이마저도 어려울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새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2.5%'. 지난해 연말 내놓은 '2.6~2.7%'에서 6개월만에 0.2%p 낮춘 수치다. '일시 휴전'에 들어가긴 했지만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수출과 투자가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이란 게 하향 조정 배경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성장세의 둔화, 교역 규모 증가율의 둔화 등을 반영했다"며 "우리 수출에서 5분의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도 같이 반영했다"고 밝혔다.
주력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일년새 D램 등 제품단가가 3분의1로 낮아지면서 수출도 25% 넘게 감소한 상태다. 업황 전망이 계속 둔화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기대했던 수요 회복도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글로벌 서버 투자 지연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4일부터 발동할 반도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도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 2.7%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기여한 몫은 절반에 가까운 1.3%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하향 전망치엔 일본발 변수는 반영되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조치가 성장률을 다시 수정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이미 상반기부터 관계부처간 TF를 구성해 꾸준히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3종뿐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수출 규제 조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 '고래 싸움'에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한 우리 경제가 이번엔 '일본 몽니'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이미 일본발 변수가 터지기 이전에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안팎에 그칠 거란 전망은 줄을 이어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0%로 하향조정했고, S&P(스탠더드푸어스)와 무디스도 각각 2.4%와 2.1%로 내다봤다.
또 민간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1%, 일본 IB인 노무라는 1.8%를 전망치로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방기선 차관보는 "원래 민간 전망치가 더 낮지만 결국 정부 전망치가 가장 실제에 가깝다"며 "반도체 업황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반전세가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2% 미만으로 갈 거란 건 과한 전망"이라고 반박했다.
{IMG:3}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국회 표류중인 추가경정예산이 관건이다.
방 차관보는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추경이 이달 안에 통과돼 집행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이보다 늦어지면 마이너스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내 정치 상황에서 또다른 '몽니'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경우, 추경을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 역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추경이 늦춰지면 정부가 얘기해온 0.1%p 성장률 기대효과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여러 현실을 고려할 때 당초 전망치에서 0.2%p만 낮춘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히 "수출이 2015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지만 그때는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플러스 행진중이었다"며 "지금은 반도체 경기 후퇴로 야기되는 수출 감소여서 앞으로 어떻게 투자 부문의 마이너스를 해소하냐느갸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청이 이날 국회에서 고위 관계자 협의를 통해 "반도체 핵심산업의 선제 투자를 위해 소재·부품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매년 1조원 수준의 집중 투자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1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