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탁주만 '종량세'…캔맥주 ℓ당 415원 싸진다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酒稅)가 양에 따라 붙는 종량세로 바뀐다. 다만 생맥주는 2년간 세율이 20% 경감되고, 소주와 위스키 등은 제조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가 유지된다.

정부와 여당은 5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세 개편안을 확정했다. 주세가 바뀌는 건 50여년 만으로, 1949년 법 제정 당시 종량세였던 주세 체계는 1968년 종가세로 바뀐 뒤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정부는 주류 출고량의 60%에 이르는 맥주(46.5%)와 탁주(13.4%)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되, 소주를 비롯한 다른 주종은 향후 시장 변화와 업계 의견 등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종가세 체계는 고품질 주류 개발과 생산에 한계를 안고 있는 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가운데 30개국이 종량세를 도입한 점도 감안됐다. 종가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멕시코·칠레뿐으로, 호주와 터키는 종가세와 종량세를 병행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모든 주종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했지만, 50년간 종가세 체계에서 형성돼온 주류 시장 및 산업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종량세 전환과 함께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세율을 매년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종량세가 시행될 경우 2021년 세율부터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물가연동이 처음 적용된다.

맥주의 경우 내년엔 리터당 830.3원으로 납부세액이 통일된다. 최근 2년간 출고량과 주세액을 감안해 세수중립적으로 설정한 수치로, 2017년엔 리터당 840.62원, 지난해엔 820.06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국산 캔맥주에 붙는 주세는 리터당 291원 감소하는 반면, 생맥주는 311원, 페트맥주는 27원, 병맥주는 16원 증가한다. 교육세와 부가세까지 감안하면 캔맥주는 리터당 415원 감소하지만 생맥주는 445원, 페트맥주는 39원, 병맥주는 23원 각각 증가한다.

세부담 증가폭이 큰 생맥주의 경우 2년간 한시적으로 20% 경감된 리터당 664.2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기재부 김병규 세제실장은 "캔맥주 세부담 감소분과 생맥주 세부담 증가분이 상쇄되지만,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맥주와 일부 맥주 업계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탁주의 경우엔 내년부터 리터당 41.7원으로 종량세가 도입된다. 2017년엔 리터당 40.4원, 지난해엔 43.0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소비자 추가 부담은 거의 없이 전통주의 고급화 전략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맥주는 연간 300억원, 탁주는 6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해 맥주로 거둬들인 주세 1조 5814억원의 1.9%, 탁주 주세 197억원의 3.0% 수준이다.

그럼에도 당국이 맥주에 대해 우선적으로 종량제를 적용하기로 한 건 과세체계가 다른 수입맥주의 국내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2015년만 해도 국산맥주의 리터당 주세는 평균 807원에 점유율 91.5%, 수입맥주는 840원에 8.5% 수준이었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엔 이윤과 판매관리비가 빠져있어, 주세 부담액은 갈수록 줄고 점유율은 상승일로다.

2017년에 이미 국산맥주의 리터당 주세가 856원으로 수입맥주의 765원을 앞질렀고, 지난해(잠정치)엔 국산맥주가 848원, 수입맥주는 709원으로 간격이 더 벌어졌다. 지난해 수입맥주의 점유율은 20.2%, 국산맥주는 79.8%였다.

수입맥주에 붙는 주세가 리터당 709원에서 830.3원으로 오르더라도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가인 맥주는 세부담이 증가하지만 고가인 맥주는 반대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가령 수입맥주 A는 현재 리터당 1천원대에서 세금이 낮아지는 반면, D맥주는 700원에서 증가하게 된다"며 "수입맥주의 전체적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맥주3사가 다수의 외국 맥주를 수입하고 있어 국산 맥주의 세부담 감소분과 상쇄되는 데다, 치열한 경쟁구조를 감안할 때 가격 인상은 어려울 거란 얘기다.

정부는 다만 소주와 위스키 등 다른 주종은 현행 종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를 비롯해 맥주엔 72%, 발효주 가운데 탁주엔 5%, 약주·청주·과실주엔 30%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른 나라와의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편안을 마련했다"며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교정세 기능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세 개편안은 오는 7월쯤 정부가 내놓을 세법개정안에 포함돼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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