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한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에서 국회 통과 여부도 관건이지만, 경기 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확정한 올해 추경예산안은 6조 7천억원 규모. 이 가운데 미세먼지 예산 1조 5천억원과 산불 예산 7천억원 등 2조 2천억원을 빼면 '선제적 경기 대응'엔 4조 5천억원이 투입된다.
다음달 국회를 통과한다면 경제성장률을 0.1%p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게 당국 판단이다. 절반 넘는 3조 6천억원을 적자국채로 메우게 됐지만 재정건전성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에 추가 발행하는 국채 3조 6천억원은 지난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원래 계획됐던 국채발행을 14조원 줄이고 4조원의 국채를 조기상환한 범위 안에 있다"며 "재정건전성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 아니라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추경 규모는 '미니추경'이라 불렸던 지난해의 3조 8천억원보다는 많지만, 보통 11조원을 웃돌던 예년의 추경에 비해선 크게 적다. GDP(국내총생산)의 0.3% 수준으로, IMF(국제통화기금)가 통상 권고하는 0.5%에도 못 미친다.
투자 부진에 수출 감소까지 겹쳐 민간 부문이 잔뜩 위축된 만큼, 정부가 제때 제대로 재정을 풀어야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정부 추경안은 한마디로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성장률을 0.1%p 끌어올린다는 정부 설명대로라면 추경 없이 2.5% 성장이 가능하단 얘긴데, 그렇게 전망하는 기관도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전망치보다 더 나빠지면 민간 소비심리까지 냉각돼 지갑을 닫게 된다"며 "그러면 지난해보다 수요 부문이 더 위축될텐데, 그때 가서 추경을 다시 편성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는 2.6~2.7%였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올해 전망치를 2.5%로 소폭 하향조정했다.
당국이 추경을 통해 0.1%p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하향 전망을 토대로 '2.6%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내외 다수기관의 전망은 이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당초 2.5%에서 2.3%로 전망치를 낮췄고,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도 각각 2.4%와 2.1%를 제시했다. 심지어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은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홍 부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추경만으로 (2.6%를) 달성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경과 함께 정부가 발표한 정책, 또 그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보강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조 8천억원을 투입했던 2015년 추경의 경우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0.26%p(이듬해 0.32%p)로 추산된다. 11조원을 편성한 2016년 추경 효과는 0.12~0.13%p(이듬해 0.18~0.19%p), 11조 2천억원을 들인 2017년 추경은 0.12%p(이듬해 0.159~0.167%p)였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올해의 경우 경기하강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이번에 편성된 추경 규모로는 이를 막기엔 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