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가경정예산이 6조 7천억원 규모로 편성된다. 미세먼지와 산불예방 등 국민안전에 2조 2천억원, 선제적 경기 대응에 4조 5천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정부는 24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안'을 확정, 오는 25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추경 편성은 문재인정부 들어 내리 3년째로, 2015년 이후 5년 연속이다.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지역 지원 등을 이유로 11조 332억원, 지난해엔 3조 8317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도 2013년 일자리와 민생안정을 이유로 17조 3703억원, 2015년엔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11조 5639억원, 2016년엔 구조조정 지원을 이유로 11조 404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들어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미세먼지와 산불 등 국민안전에 중대한 위해 요인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돼 하방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미세먼지 추경 1.5조에 산불예방 7천억원 등 편성
먼저 올해 추경 편성의 단초가 된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엔 2조 2천억원이 책정됐다.
△노후경유차 저감조치 등 배출원별 저감에 8천억원 △전기·수소차 보급 등 친환경산업에 4천억원 △미세먼지 측정과 감시에 1천억원 △마스크·공기청정기 보급 등 국민건강에 2천억원 △산불 대응시스템 강화 등 안전투자에 7천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핵심 배출원별 미세먼지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본예산에 15만대 규모로 반영된 노후경유차 조기폐차는 40만대 규모로 대폭 확대된다. 건설기계 엔진 교체는 본예산 기준 1500대에서 1만 500대로, 건설기계의 디젤미립자필터(DPF) 부착도 본예산 기준 1895대에서 5천대로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또 전기화물차는 본예산 기준 1천대에서 1155대로, 전기버스는 300대에서 628대로,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는 1200기와 1만 2천기에서 각각 2천기와 2만 4천기로 두 배씩 늘리기로 했다. 수소 승용차 역시 4천대에서 5467대로, 버스는 35대에서 37대로, 충전소는 30곳에서 55곳으로 각각 확대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234만명을 비롯, 건설현장 등 옥외근로자 19만명에겐 380억원을 새로 투입해 마스크를 보급한다. 또 학교와 복지시설, 지하철과 전통시장 등 생활밀접공간에 309억원을 들여 1만 6천개의 공기청정기를 신규 설치한다.
산불 예방·진화인력 확충과 첨단 진화장비 보강 등엔 940억원이 책정됐다. 산불 특수진화대 인력은 기존 300명에서 435명으로, 예방 진화대 활동기간도 5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강풍·야간에도 기동 가능한 헬기가 도입되고, 개인진화장비와 방염안전장비도 신규보급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을 통해 당초 계획인 1만톤보다 7천톤 많은 1만 7천톤의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홍 부총리는 "강원 산불 피해복구 소요예산은 이달말 복구계획이 확정되면 예비비 또는 국회 추경안 심사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우려 선제적 대응…1.8조로 7.3만개 일자리 창출
선제적 경기대응과 민생경제 긴급지원을 위해선 4조 5천억원이 편성됐다.
△수출시장 개척과 벤처창업 활성화 등에 1조 1천억원 △8대 산도사업 육성 등 신산업 촉진에 3천억원 △위기재난지역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 등에 1조원 △실업급여 등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 1조 5천억원 △취약계층 일자리에 6천억원이 각각 책정됐다.
실업급여를 포함한 일자리 예산은 1조 8천억원 규모로, 이를 통해 창출되는 직접 일자리는 7만 3천개로 추산된다. 구윤철 2차관은 "2017년 추경으로 7만 9천개, 지난해 2만 4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설명했다. 이호승 1차관도 "7만 3천개는 직접 일자리만 계산한 수치"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안대로 추경이 편성되면 올해 예산은 본예산의 469조 6천억원에서 476조 3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에 비해 본예산은 9.5%, 추경을 합치면 11.1% 증가한 규모다.
추경 재원은 지난해 세계잉여금 1천억원과 한국은행잉여금 3천억원 등 결산잉여금 4천억원, 특별회계·기금 여유자금 2조 7천억원이 우선 활용된다. 나머지 3조 6천억원은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 들어 적자국채를 발행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과 지난해엔 초과세수만으로 추경 예산을 충당했다. 정부 안대로 추경이 편성되면 올해 국가채무는 731조 8천억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국가채무 규모는 본예산의 740조 8천억원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GDP 대비 비중만 39.4%에서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안일환 예산실장은 "지난해 결산 결과가 반영돼 채무가 12조 5천억원 줄어들고 GDP 전망치도 바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자국채 3.6조 첫 발행…"5월중 통과시 성장률 0.1%p↑"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을 통해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0.1%p 끌어올리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6~2.7%로 제시했지만,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 등으로 이에 못 미칠 거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거시재정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추경안이 5월중 국회에서 통과되면 0.1%p 성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시점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추경 외에도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국가재정법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게 돼있다"며 "경기 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도 선제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권고한 'GDP의 0.5%' 수준인 9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에 대해선 "11조원 안팎의 추경을 편성할 때도 지자체 교부금 등을 제외한 사업 추경은 6조원 전후"라며 "(6조 7천억원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1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