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덫'에 걸린 공시가 현실화 결국 '답보'

정부가 조세 형평성을 되찾기 위해 부동산 공시가를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시세 반영률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표준단독주택과 표준지 공시가를 지난해보다 각각 9.13%와 9.42% 인상한 데 이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는 5.32% 올리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시세가 급등했던 서울의 경우 표준단독주택은 17.75%, 표준지는 13.87%, 공동주택은 14.17% 각각 인상했다. 

특히 단독주택과 토지, 공동주택 모두 초고가이거나 시세 급등 폭이 컸던 '강남4구'(서초·강남·강동·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지에 초점을 맞춘 '핀셋 인상'이 이뤄졌다.

표준단독주택의 경우 한남동과 이태원동 등 수백억대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의 공시가 인상율이 35.40%에 달했고, 강남구는 35.01%, 마포구 31.24%, 서초구 22.99%, 성동구 21.69%였다.

표준지 공시가 역시 강남구가 23.13%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중구는 21.93%, 영등포구는 19.86% 등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 과천시가 23.41%로 가장 크게 오른 가운데 용산구와 동작구가 각각 17.98%와 17.93%, 경기 성남분당구는 17.84% 인상된다. 성동구는 16.28%,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16.02%와 15.92로 전국 평균치의 3배에 육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 산정엔 지난 1년간의 시세변동분이 반영됐다"며 "전체 주택 가운데 2.1%가량인 시세 12억원(공시가 9억원) 넘는 고가 주택 가운데 공시가와 시세간 격차가 컸던 주택들의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 지역의 시세가 급등한 걸 감안하면, 올해 정부가 내놓은 공시가 수준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시가 정상화는커녕, 시세 상승폭조차 제대로 다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동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8.1%로 유지됐다.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 역시 지난해 51.8%에서 53%로 1.2%p 오르는 데 그쳤다. 표준지의 공시가 현실화율도 지난해 62.6%에서 64.8%로 2.2%p 올랐을 뿐이다.

"그동안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단독주택이나 토지보다 높아, 형평성 차원에서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지만, 오히려 '형평성'을 빌미로 공동주택의 공시가 인상 수준조차 '하향 평준화' 시킨 셈이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장은 "결국 정부가 얘기해온 조세정의나 공시가격 정상화는 모두 공염불로 끝났다"며 "시세보다 턱없이 낮게 조작된 공시가로 올해도 어김없이 불평등 과세와 보유세 특혜가 이뤄질 것"이라고 혹평했다.

현 정부 집권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이 38%나 솟구치고 부동산 상승액만 600조원에 이르는데도, 공시가 현실화율은 2005년의 75%에서 여전히 크게 후퇴한 수준이란 얘기다.

경실련측은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이 68%라는 것도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믿기 어렵다"며 "청와대는 관료들의 공시가 조작여부를 조사하고 근본적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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