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토지 공시가도 단독주택에 이어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넘게 오를 전망이다. 특히 4월말 발표될 아파트 공시가에도 지난해 시세 급등 폭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3일 전국 50만개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한다. 이에 앞서 설 연휴 이후로 연기한 중앙부동산가격심의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공시지가를 보면 전국 상승률은 9.49%, 서울은 14%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승률 6%의 두 배가 넘는 인상폭으로 강남구는 24%, 중구도 22%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동이나 퇴계로 등 초고가 지역 공시지가는 두 배가 넘는 곳도 속출할 전망이다. 매년 전국 최고 공시가를 기록해온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의 ㎡당 공시지가는 지난해 9130만원에서 올해는 1억 8300만원으로 통보됐다.
두 번째로 비싼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 역시 지난해 8860만원에서 올해는 1억 7750만원으로, 그 다음은 퇴계로의 유니클로 매장 부지는 지난해 8720만원에서 올해는 1억 7450만원으로 평가됐다.
그동안 토지 공시가의 현실화율이 63%에 못 미쳐온 걸 감안하면, 지난번 표준단독주택처럼 '핀셋 현실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표준단독주택 22만호의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9.13%, 서울은 17.75% 인상됐다.
이같은 공시가 인상은 오는 4월말 발표될 전국 개별단독주택은 물론, 시세 반영률이 68% 수준인 아파트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평균 시세가 8% 넘게 치솟은 서울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는 공시가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엔 현실화율 자체에서 크게 변화가 있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신 가격의 상승분, 시세 반영은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대로라면 그동안 시세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강남과 서초 등 초고가 아파트들의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다른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처럼 70%까지만 현실화율을 끌어올려도, 공시가격이 평균 20% 넘게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파트 값 급등 이전인 2017년 이미 서울에서 15억원 넘게 매매된 10개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격은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인 9억원에도 못 미쳐, 시세반영률이 46%에 불과한 곳도 있을 정도였다.
국토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은 "시세가 급등한 지역, 또 그동안 공시가에 시세가 제대로 반영이 안돼 격차가 컸던 아파트들은 상승 폭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시세가 하락한 지방 아파트들은 공시가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거제는 지난해 -20.24%, 충주와 경주는 각각 -11.19%와 -11.17%, 울산도 -9.93%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당국은 오는 3월 20일엔 이의신청 절차를 마친 표준단독주택 확정가를, 이어 4월말엔 전국 공동주택과 전체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는 각종 조세와 부담금, 건강보험료 등 60여개 행정목적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이번에 인상되는 공시가는 오는 6월 1일 소유 기준으로 올 하반기 재산세와 건보료 산정 등에 적용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장은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턱없이 낮게 책정되다보니,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0.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 임기중에 실효세율을 최소 0.5%까지 올리고, 이명박정부가 만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