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만금 국제공항과 남북평화도로 건설 등 23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확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물적 투자'를 축소하되 '사람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해온 문재인 정부가 경기 둔화 조짐 속에 다시 토목건설 카드를 꺼내들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24조 1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사업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게 됐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미리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공공성·사업성을 확인하는 제도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규모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들고 나선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기치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까닭에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수십년간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해왔지만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이르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고 R&D(연구개발) 투자 역시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지역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적고 인프라가 취약한 비(非)수도권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려워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오히려 늦어지는 모순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홍 부총리는 "지역의 자립적인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지역의 중장기적 수요창출과 국가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R&D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가 과거와는 달리, SOC(사회간접자본) 외에도 R&D 투자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을 부쩍 강조했다.
또 4대강 사업처럼 중앙정부가 내려보낸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지역이 주도해 제안한 사업을 중앙이 지원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대상 규모인 24조 1천억원은 대표적인 '예타 면제 실패작'으로 손꼽히는 이명박정부 4대강 사업 예산인 22조원보다 많다. 실제로 대부분인 20조원 안팎 규모는 SOC 관련 사업이기도 하다. 올해 SOC 예산인 19조 7천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홍 부총리는 "2020년까지 연평균 1조 9천억원의 국비가 소요될 전망"이라며 "올해 정부 재정 총지출 470조원과 비교할 때 중장기적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경기 부양을 위한 '토목SOC' 사업을 지자체별로 수십조씩 나눠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시민단체인 환경정의는 "경제성 보다 정책성이나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더 중시한다면 예타를 면제할 게 아니라 그 비중을 더 높이는 걸 검토하고 사회가 합의하면 된다"며 "광역자체단체별로 하나씩 나눠먹기식 대규모 토목사업을 배분하는 건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투자"라고 혹평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과도한 SOC 재정지출은 지역의 자연환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민공동체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며 "앞으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예타 면제를 주장하면 회피할 명분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홍 부총리는 "예타 제도의 취지와 원칙을 존중해 제도 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평가항목 조정이나 수행기관 다원화 등 개선 방안을 상반기중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201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