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시가 현실화를 목표로 표준단독주택 가격을 9% 넘게 올렸지만, 시세 반영률은 여전히 53%에 불과하다. 아파트의 시세 반영률도 70%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4일 발표한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9.13%로,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상승률은 17.75%로 두자릿수를 처음 넘어섰다.
이같은 상승률은 지난해의 5.51%를 크게 웃도는 건 물론, 지난해 전국 단독주택 매매가 상승률인 3.73%보다도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특히 수백억대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는 35.40%, 강남구는 35.01%, 마포구는 31.24%, 서초구와 성동구도 20%를 상회했다.
반면 전체의 98.3%인 중저가 주택, 즉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 시세 15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 변동률은 예년 전국 평균 수준인 5.86%에 불과했다. 집값이 비쌀수록 시세 반영률이 낮은 모순을 없애기 위해 이른바 '핀셋 인상안'을 내놓은 셈이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지금까지 공시가격을 결정할 때는 시세를 기준으로 해서 반영했다기보단 전년도에 산정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정도를 더하거나 빼거나 하는 방식이었다"며 "앞으로는 시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시가는 재산세와 종부세 등 과세 기준이 될 뿐 아니라, 복지행정 등 60여개 행정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정하고 적정한 산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공시가 상승률이 당초 소유자들에게 통보한 수준에서도 소폭 후퇴한 데다, 인상 목적인 현실화율 제고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내놓은 공시가 인상에 따른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공시가 현실화율)은 53%로, 지난해의 51.8%에서 불과 1.2%p 오르는 데 그쳤다. 공시가 현실화는커녕 "사실상 첫 발도 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도 시세 반영률이 68.1%, 토지는 62.6%여서 현실화까지 갈 길이 먼데 단독주택은 아예 발걸음을 내밀었다 보기도 민망한 수준이란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초고가 주택은 상승률이 꽤 높은 게 사실이나 30억원 이하 중고가 주택의 상승률은 10%가량에 불과하다"며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얘기한 공시가 정상화와는 전혀 다른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현 상태 유지에 불과하다"며 "보여주기식으로 초고가 주택만 올린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고는 보유세나 건강보험료 인상 폭도 집값 인상분에 비하면 사실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시세 4억 4500만원인 단독주택의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2만 2천원, 6억 5500만원인 집은 3만 4천원, 10억 4천만원인 집도 19만 4천원을 더 내는 수준이다.
일각에서 그동안 '세금 폭탄'이나 '건보료 급등' 우려를 부쩍 제기해왔지만, 건보료 역시 지난해와 같거나 몇천원 오르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60개 구간으로 구분한 '재산보험료 등급표'를 통해 매겨지므로, 공시가격이 오르더라도 등급이 바뀌지 않으면 보험료 변동이 없다. 물론 직장가입자와 보험료를 내지 않는 대부분의 피부양자는 공시가 인상 영향이 전혀 없다.
당국은 앞으로도 고가 단독주택에 일단 초점을 맞춰 아파트 수준까지 시세 반영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공시가 정상화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