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드론' 공항 침투한다면…대응방식 '혼선'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쉽게 날릴 만큼 대중화된 드론이 일상을 위협하는 '테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현해 공항 전체가 마비되는 해외 소동이 잇따르면서, 국내 공항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식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분주한 런던 히스로 공항이 한 시간 넘게 마비된 게 지난 9일. 공항 상공에 정체 모를 드론이 나타나면서 항공기 이륙이 전면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불과 3주전인 지난달 19일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붐비는 런던 개트윅 공항 활주로에 드론 두 대가 출현했다. 이 때문에 사흘간 1천여편 넘는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공항을 찾은 승객 14만여명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비단 공항뿐 아니라 지난 2015년 1월엔 중국 DJI사의 소형 드론이 미국 백악관 건물에 충돌하기도 했고, 같은해 4월엔 일본 총리공관에 방사능 드론이 날아들어 충격을 줬다.

이러다보니 아직 드론 관련 사건이 없던 국내 공항들도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22억원, 한국공항공사는 3억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안티 드론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관계당국과 구체적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당국은 일단 드론 탐지용 레이더망을 구축한 뒤, 강한 전파를 쏴서 GPS 신호를 무력화시키는 일명 '재밍'(jamming) 장비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드론을 탐지하는 전용 레이더망을 갖추는 게 기본"이라며 "드론을 탐지해서 재밍건이나 그물 포획으로 무력화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선 공항을 비롯한 비행장 반경 9.3km 안쪽에선 드론 비행이 금지돼있다. 

특히 2015년 이후 카이스트와 함께 '소형무인항공기 감시 레이더 지상시설 구축' 사업을 진행, 드론 비행 탐지와 식별을 위한 레이더를 자체 개발했다. 개발된 레이더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때 실전배치되기도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2021년까지 과학기술부 및 경찰청과 함께 드론의 불법비행 감지를 위한 레이더 개발과 실증시험에 나서는 등 레이더 방식에 사실상 방점을 찍은 상태다.

하지만 일선 공항들은 레이더나 재밍 방식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분위기다. 일단 레이더는 공항 주변에 자주 출몰하는 각종 새떼와 초소형 드론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을지 의문인 데다, 탐지만 가능할 뿐 무력화는 또 별도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레이더만 갖고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보긴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실무적으로도 어려운 문제가 있어 여러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레이더로 탐지가 됐다 해도 중요한 건 어떻게 드론을 무력화시키느냐다. 당국이 고려중인 재밍 방식은 현행 전파법에도 저촉되는 데다, 치명적 오류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레이더는 일단 계획에 들어있지 않고, 그물포획기로 직접 드론을 잡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재밍은 공항구역의 관제나 레이더에 미치는 영향이 불명확하다"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비단 공항시설뿐 아니라 승객의 전자적 의료장비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단 얘기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공항에서도 재밍 장비는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며 "드론과 조종 컨트롤러간 주파수를 탐지해 제자리 착륙 등 무력화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방식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의 팜비치 공항이나 인도의 간디 공항, 두바이와 아랍에미리트 등 국제공항에서 이같은 RF(무선주파수) 방식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다른 장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드론 제어권을 탈취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아직 방향이 잡힌 건 아니다"라며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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