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건 아니다"라며, 신재민 전 사무관의 이른바 '적자 국채 발행 압박' 관련 주장을 사실상 부인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며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먼저 "신재민 사무관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이 남아서 많이 망설이다가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신 사무관, 앞으로 절대 극단적 선택을 해선 안 된다"면서 "신 사무관은 공직을 떠났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이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고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어 논란의 본질에 대해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며 "어느 한 국(局)이나 과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특히 신 전 사무관이 제기한 주장들과 관련해 "최근 제기된 이슈들도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 다음 해 예산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고국뿐만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의견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부총리는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면서 "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그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달초 퇴임 이후 페이스북 활동까지 일체의 공개적 행보를 중단해왔다. 이번 국면에서 대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정부 일은 이제 현직에 계신 분께 맡기고 뒤에서 응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 이후 유튜브와 블로그, 또 전날 긴급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 전 부총리가 청와대 압박을 받아 정무적 고려를 언급하며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왔다.
특히 자신이 작성한 메모를 근거로 "김 전 부총리가 39.4%란 숫자를 주면서 '적어도 이 위로 올라갸야 한다, 여기에 맞춰 발행해야 할 국채 규모를 달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9-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