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부동산 공시가를 일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세금폭탄'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하지만 고가 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최저 25%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은 이달말 공개할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잠정 결정하고 당사자 의견 청취 절차를 한창 진행중이다.
국토교통부와 감정원은 매년 1월말 표준단독주택 22만호의 공시가를, 또 4월말엔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기준으로 418만호 전체의 개별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를 발표한다.
당국이 표준단독주택 소유자들에게 통보한 올해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50~70%가량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 표준주택 112가구 가운데 공시가 상승률이 50%를 넘는 주택은 34.8%인 39가구에 달했다.
가령 표준단독주택 가운데 항상 최고가였던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한남동 주택은 지난해 169억원에서 올해는 270억원으로 공시가격이 59.7%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이번 공시가 현실화 작업을 두고 '세금폭탄'이라며 맹공을 펴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공시가격이 한꺼번에 오를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비롯해 상속·증여세도 급증할 거란 우려에서다.
특히 보유세 논쟁이 불거질 때마자 등장해온 "이미 은퇴해 집 한 채뿐인 노인 가구는 어쩌란 말이냐" 식의 논리도 부쩍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사실상 '궤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시가를 현실화해도 수십억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일부 세 부담이 늘 뿐, 대다수 주택 보유자들에겐 큰 영향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파트에 비해 거래가 적은 단독주택의 공시가는 그동안 고가일수록 시세 반영률이 낮았다. 2017년 64억 5천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역삼동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은 25%인 16억원에 불과했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에서 같은 시기 거래된 50억원 이상 단독주택 11곳의 시세반영률도 평균 38%에 그쳤다.
반면 같은시기 거래된 강북구 미아동 한 단독주택의 실거래가는 1억 1천만원, 공시가는 95% 수준인 1억 400만원이었다. 즉 서민들이 사는 단독주택은 공시가를 높인다 해도 인상 폭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은 동대문구 제기동의 표준단독주택 124채에 통보된 평균 공시가격은 올해 2억 3593만 원에서 내년엔 2억6590만원으로 12.7%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이번에 공시가를 다소 올린다 해도 일반적인 서민 아파트 평균인 70%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상승 폭이 큰 건 대부분 수십억, 수백억대 자산가들의 고가 주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가가 더 많이 오른다는 건 그동안 그만큼 혜택을 받아왔다는 반증"이라며 "2005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도입된 이후 10년 넘게 세금 특혜를 받아온 건데, 조금 더 내게 됐다고 세금 폭탄이라 하는 건 과장"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아파트의 시세반영률은 평균 70% 수준이지만,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평균은 2017년 기준 51.9%에 불과했다.
이명희 회장의 한남동 주택 경우 지난해 이미 추정 시세가 324억원이 넘었던 걸 감안하면, 270억원으로 공시가가 오른다 해도 시세 반영률은 83%로 여전히 실제 가격과는 큰 거리가 있다.
특히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다 해도 보유세 부담 상한이 전년대비 150%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1주택자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재산세와 종부세가 정비례하지도 않는다. 가령 이 회장의 경우 지난해까지 재산세와 종부세로 1억 1567만원을 냈다면, 내년엔 1억 7350만원선이 되는 셈이다.
당국은 오는 7일까지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이달 25일쯤 표준단독주택 가격을 공시할 에정이다.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