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접속' "이젠 외롭지 않아요"
 


북위 33˚6' 31" 동경 126˚11' 3".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의 유일한 교육 기관 마라분교(분교장 고권)는 재학생이라곤 김연지(6학년)·민수(5학년) 남매 단 둘뿐인 초미니 학교다.

교통 수단이래봤자 하루 서너 차례 다니는 여객선과 유람선이 전부인 낙도의 학교. 그나마 바람과 파도가 변덕이라도 나면 주민들의 발은 며칠씩 섬에 묶이기 일쑤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어요.” 운명처럼 따라붙는 고립감은 ‘섬 인생 13년’ 연지의 장래 희망을 ‘파일럿’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새 학기부터 연지와 민수는 전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마하의 속도’로 날고 싶은 이들에게 지난 연말 ‘빛 속도’의 정보 고속 도로가 뚫렸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학교 정보화 사업에 따라 지난 해 12월 27일 마라분교에 설치된 인터넷 라인은 모두 6개 회선.

제주도 남단 모슬포 전화국에서 이 곳 마라도의 한국통신 분기국에 이르는 11㎞ 바닷길은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이 가로지른다. 모슬포에서 인터넷과 일반 전화 회선의 데이터를 무선 초단파에 함께 실어 전송하면, 마라도 분국에서 받아 유선으로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마라분교는 교육정보화망 표준 속도인 256kbps급 라인에 연결돼, 대도시 학교 수준의 정보화 환경을 갖추게 됐다.

연지는 이제 또 다른 낙도의 친구 김현진(진도 조도초등 6학년) 어린이와 E-메일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새로 깔린 인터넷은 연지와 현진의 우정을 실시간으로 이어 주는 고마운 ‘우편 배달부’가 됐다.

동생 민수는 ‘넷 테트리스’ 등의 온라인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 가끔 만나는 또래 친구들과의 채팅 덕에 200타가 넘는 ‘번개손’ 경지에 오르기도 했다.

마라분교 단 한 명의 교사인 고권 분교장은 “이 곳 아이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개념의 친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뀐 교육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도구이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연지는 17일 본교인 가파초등학교서 졸업식을 치른 뒤 제주도의 중학교에 진학, 혼자 자취 생활에 뛰어들게 된다.

민수는 새로 입학하는 친동생 김혜지(8세) 등 2명의 후배를 데리고 새 친구 인터넷과의 ‘우정 쌓기’에 더욱 재미를 붙여갈 계획이다.

2001-02-17 | chosun.com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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