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새 세 번 대책 내놨지만…'세입자 보호'는 없다

정부가 한 달새 세 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수도권 인구의 절반이 넘는 세입자 보호 대책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기 집에 사는 가구의 비율(자가점유율)은 57.7%. 특히 수도권은 49.7%, 서울은 42.9%에 불과하다. 서울 시민 10명 가운데 6명, 수도권 인구 절반 이상은 세입자란 얘기다.

자가보유율 역시 전국 평균은 61.1%, 서울은 48.3%였다.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인 RIR(Rent Income Ratio)은 17% 수준이었다.

세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주택 서민들에겐 치솟는 집값도 집값이지만, 집값 따라 오르게 마련인 전월세가 당장 생존의 최대 관문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9월 내놓으려던 '주거복지로드맵'을 연말에야 발표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제외시켰다. 대신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세입자 안정을 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투기만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치솟는 집값에 한 달전 내놓은 8.27대책, 또 보름만에 내놓은 9.13대책 역시 투기 억제를 위한 대출 규제 등 '수요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추석 연휴 직전 내놓은 9.21대책 역시 일각의 '공급부족론'에 떠밀려 신도시 조성 카드를 내밀었을 뿐, 세입자 보호는 또다시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당장의 상승세 정도만 잡으려는 정책이지, 정부가 내놓는 공급책으론 전혀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집값 자체를 낮춰서 세입자들이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과거 신도시 조성이나 택지 개발 정책을 봐도 모두 투기 광풍으로 변질돼 오히려 집값을 더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최승섭 부장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하루 빨리 법제화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르면 당연히 전월세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잡값을 잡는 것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간사 역시 "임대사업자 등록은 의무화로 전환하고 여기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들이 쥐고 있는 매물들을 풀리게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르는 심적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의 견제로 실제 통과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처럼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민간임대주택에 사는 독일의 경우엔 세입자의 평균 거주 기간이 2009년 기준 12.8년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3.4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참여연대는 "평생을 일해도 내집 마련을 꿈꿀 수 없는 수많은 시민들은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전월세에 분노하고 미친 집값에 좌절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급 확대를 넘어 세입자들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고 보호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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