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등록 임대주택에 주는 세제 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며 일부 축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조정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저 혼자 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와 이미 의견 조율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현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임대주택 등록제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 실태 파악과 세입자 보호 방안의 하나로 도입됐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연간 임대료 인상률이 5%이내로 제한되고,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도 보장된다.
당국은 다만 등록 의무화는 '중장기 과제'로 미룬 채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으로 등록을 유도해왔다.
가령 8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과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된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50~100% 감면되고, 내년부터 연간 2천만원 이하인 경우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도 감면받는다.
하지만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양도세 중과까지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역기능'이 생겼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이러다보니 주택 시장의 매물 부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카페에 가면 '임대등록하면 혜택이 많으니까 사자'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붐까지 있는 것 같다"며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이준구<사진> 명예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임대주택등록제는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투기에 따르는 조세 부담을 현저하게 덜어줌으로써 이로부터 얻는 수익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값을 안정시키려 정부가 노력하고 있음에도 '구멍 뚫린 바가지로 물을 푸는 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살지도 않는 주택을 몇 채씩 사는 이유는 사재기를 해놨다가 나중에 차익을 올리려는 데 목적이 있는 건 너무나도 분명한 일"이라며 "엄청난 세제상 혜택에 비하면 소득이 노출되고 일정 기간 동안 되팔 수 없다는 제약은 사소한 부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 교수의 이러한 진단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혜택을 좀 줄여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집 없는 사람의 주거 안정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집이 없는 60%에게 안정적 임대료로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주거정책"이란 말로 제도 근간은 계속 유지할 뜻임을 밝혔다.
당국은 이달부터 본격 가동되는 임대주택 정보시스템을 통해 다주택 현황과 전월세 수준 등을 좀더 정밀하게 파악해 관리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이제는 임대주택 등록을 하지 않아도 다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시스템이 구축되면 갭투자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종부세 강화' 방침에 대해선 "종부세 개편안 발표후 너무 약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나도 국회 답변에서 생각보다 세지 않다고 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하면 (집값이) 많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청년우대청약통장의 '무주택 세대주' 자격요건도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부모가 무주택이면 무조건 다 되도록 (금융위원회에서) 바꿀 계획"이라며 "본인이 무주택 세대주가 아니어도 2~3년뒤 본인이 세대주가 되겠다 하면 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2018-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