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중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정부가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10개월쯤 걸린다던 화재 원인 규명은 최대한 올해 안에 끝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 리콜에 들어갈 BMW 차량은 520d 등 42개 차종 10만 6317대이다. 이에 앞서 14일까지 진행중인 긴급안전진단엔 이날 오후 현재까지 절반 수준인 5만대 안팎을 상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진행한 안전진단 결과 8.5%가 문제 차량으로 분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리콜 대상 차량 10만 6천여대가 모두 안전진단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진단이 끝나는 14일 이후 1만대 안팎의 BMW 차량이 운행정지 명단에 오를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일 김 장관 명의로 낸 담화문을 통해 리콜 대상 10만 6천여대의 운행 자제를 권고했다. 당시에도 강제 운행 제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결론에 따라 권고 수준에만 그쳤다.
하지만 구속력 없는 권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다, 이낙연 총리의 질타까지 나오면서 결국 강제성 있는 '명령 발동'을 뒤늦게 검토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리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BMW의 자발적 리콜과 국토교통부의 운행자제 권고 같은 기존의 대처가 미온적이고 느슨하지 않았느냐는 등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처방식을 재검토해서 국민이 납득하실 만한 사후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며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동시에 법령의 미비는 차제에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김현미 장관은 "리콜대상 BMW 차량 소유주 분들께서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이미 큰 불편을 겪고 계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터널, 주유소,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예기치 못한 차량 화재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검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급안전진단을 빠짐없이 받아주시고, 안전진단을 받기 전엔 운행을 자제해달라"며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선 구입과 매매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BMW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기한내 안전진단이 완료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대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BMW 본사는 여러분의 나라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유사한 사고를 유발했을 경우 어떤 조치를 내렸을지 상정해 이와 동일한 수준의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미온한 대처에 대한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 장관은 "BMW사는 엔진결함의 위험성을 2016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왜 유독 한국에서만 빈번하게 차량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답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자료제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엇갈린 주장을 하며 시간을 끄는 모습은 온당치 않다"며 "자료를 내실 있게 제출해줄 것을 거듭 엄중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또 "화재발생 원인에 대해 제기된 모든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며 "많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조사 기간을 단축시켜 최대한 올해 안에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사고원인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정부는 즉시 강제 리콜을 명령할 방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고처리 과정을 비롯해 리콜 절차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차량 화재시 결함 확인을 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사고 현장을 선제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화재차량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국민들이 제공하는 결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일정수준 이상의 사고 정보가 축적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게 하는 방식으로 리콜 절차를 체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독립기관화하는 한편,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자동차 제작사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 확충과 기술력 강화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이날 조사 요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BMW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201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