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BMW에 국민들 떠는데…'권고'만 내놓은 정부

잇따른 주행중 화재로 리콜에 들어간 BMW 승용차 10만여대에 대해 정부가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조치여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달리던 BMW 차량에 느닷없이 불이 난 건 올해 들어서만 벌써 31번째. 지난달 26일 리콜 발표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결국 담화문까지 내놨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3일 손병석 1차관이 대독한 담화문을 통해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BMW 차량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크게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며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먼저 관련기관과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한 가운데 사고 원인의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와 '빠른 시일내 규명'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한 점 의혹 없이 소상하게 밝히고 신속하게 알려드리겠다"며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에 대해선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국토부 김경욱 교통물류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사가 더 필요하다. 원인 규명까지는 10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과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 장관은 특히 사고 원인 조사와 별도로 "지금까지 정부기관과 BMW의 대응과정이 적절했는지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BMW가 그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가, 국토부가 지난 6월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하자 뒤늦게 리콜 계획을 발표한 경위를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경욱 실장은 "이상 징후를 국토부가 먼저 발견했지만 업체에서도 알 수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BMW측은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 결함으로 구멍이 생겨 엔진커버 등에 불이 붙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BMW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대체차량을 제공하고 조사에 필요한 관련부품과 기술자료 등을 빠짐없이 신속하게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해당 차량을 소유한 국민들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 안전점검을 받아달라"며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운행 자제를 권고한 리콜 대상차량은 BMW 520d 등 42개 차종 10만 6317대이다.

국토부는 당초 이들 차량의 운행을 강제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에 따라 권고 수준의 담화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가운데 3분의2가량은 520d모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이 모델에 최고점수를 주며 '올해의 안전한 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BMW차량의 주행중 화재 문제가 3년전인 2015년부터 이미 불거져온 걸 감안하면, 국토부의 무능하고 안이한 뒷북 행정도 비판을 피하긴 힘들게 됐다.

김 장관이 이날 BMW뿐 아니라 '정부기관'의 대응과정이 적절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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