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32만명으로 예상했던 취업자 증가폭도 절반가량인 18만명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정부는 18일 오전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실질GDP(국내총생산) 성장률로 2.9%, 내년은 2.8%를 제시했다. 지난해 3.1%에 이어 올해도 3%대를 유지하겠다던 연초 목표치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수출이 정체에 빠지고 내수와 투자도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예측해왔지만, 지난 12일 미중(美中) 무역분쟁 확대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 등을 들어 올해는 2.9%, 내년은 2.8%로 각각 0.1%p씩 하향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년만에 3%대를 회복했던 한국 경제는 다시 2%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출과 소비 회복 등 지표성 경기는 양호한 모습이지만 내용 면에서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6.6%로 호조세를 보였지만,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0.0%로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설비투자 역시 4.8%의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오히려 1.4% 감소한 수준이다.
소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2.6%에서 올 1분기 3.5%로 늘었지만, 숙박·음식업은 지난해 -2.2%에서 -2.7%로 감소폭이 한층 확대됐다.
또 1분기 해외소비가 7.3% 증가하는 사이 국내소비는 2.9%, 수입차 판매는 28.7% 증가한 반면 국내차는 1.0% 감소하는 등 '내수 밀접 소비'가 후퇴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성장에 기여해온 건설과 설비 등의 투자 부진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선행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소비심리도 등락이 있긴 하지만 조정을 받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우리 수출에 미칠 악영향과 유가 상승 요인도 고려됐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국 불안 등 실물·금융 측면에서의 하방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다.
정부는 특히 고용 상황이 단기간내 개선되긴 어렵다고 보고, 목표치를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해 32만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증가 수는 올해 18만명으로 크게 감소한 뒤, 내년 23만명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취업자 증가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36만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27만 2천명으로 주춤한 뒤 올 1분기엔 18.3%로 내려앉았다. 특히 지난 5월엔 7.2%, 6월에도 10.6%를 기록하는 등 2월 이후 5개월째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건설 등 주력산업 부진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지속되기 때문에 증가세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전년 대비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만 해도 13만 4천명 증가했지만, 지난해엔 2만 1천명 증가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엔 6만 1천명 감소로 돌아섰다.
고령화와 자동화에 따른 임시·일용직 감소, 영세자영업자의 업황 부진 등은 분배 개선에도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만 봐도 2016년 1분기엔 5.02였지만, 지난해 1분기엔 5.35, 올 1분기엔 2003년 이래 최고치인 5.95까지 치솟았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올해 14.3%, 2020년엔 15.6%, 2025년 20.0%, 2030년 24.5%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 1년간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착수해 초석을 마련했지만 체감과 효과 측면에선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포용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총수요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 총공급 측면의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EITC(근로장려세제) 지원액과 대상을 각각 4조원대와 320만명 안팎으로 현행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또 기금 변경 등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을 통해 내수 활력을 제고하는 한편, 내년 재정지출도 당초 계획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7%다.
아울러 다음달중 시장·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핵심규제들을 선정해 발표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하반기중 대대적인 규제혁신안을 내놓기로 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산입범위 개편, 노동시간 단축 등 주요 정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입범위 확대로 기대이익이 감소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 방안을 다음달중 내놓겠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후속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