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낙수(落水)이론', 즉 재벌이 주도하는 수출 위주의 전통적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도 '대기업 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지목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Economic Surveys: Korea 2018)에서 "한국 경제는 건설투자 둔화에도 세계교역 성장세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3.0%, 내년 3.0%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OECD는 2년 주기로 회원국들의 경제동향과 정책 등을 종합 평가해 정책 권고사항을 포함한 국가별 검토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성장을 통해 세계 6위 수출대국 대열에 합류했고 높은 수준의 국민소득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낮은 노동생산성 지속과 대·중소기업 및 제조업·서비스업간 양극화 등 전통적 성장모델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다양한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며 △신규창업 위축 △주주이익 침해 △부패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총수 일가가 낮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며 소유구조의 왜곡을 초래하고 주주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총수일가의 영향력이 정치계, 언론계, 법조계까지 확대되며 부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으로, 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과 포용적 성장을 위해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중소기업과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게 OECD의 정책 권고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수입·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상품시장 규제 자유화 △사외이사 과반수 확대 및 독립성 강화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동시에 중소기업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시스템과 규제 샌드박스 도입 △기술금융 대출 강화 △중소기업 지원 졸업제 도입 △직업교육 공급 확대 등을 거론했다.
OECD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주요 정책수단인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지출 확대는 가계소득과 민간소비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OECD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에 상당한 손실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임기내 54%의 최저임금 인상은 OECD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특히 "현 단계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전제한 뒤 "향후 추가 인상 규모를 결정하기에 앞서 올해 16.4% 인상의 영향을 평가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반도체 특정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등을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고령화를 '미래 도전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재정지출 확대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ECD는 "재정지출 증가에 대비해 부가가치세 등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이 적은 조세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잠재적 위험요인이지만 대출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어서 직접적 위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추가적인 규제 여부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효과를 분석한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출산후 육아를 위한 여성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여성 고용률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보육교사 자격기준 강화와 사립시설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양질의 보육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대해선 "기술 숙련도가 유사한데도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3분의2 수준"이라며 "정규직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과 직업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